입력2006.04.03 13:52
수정2006.04.03 13:5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와대의 입'이 바뀌었다.
임명초부터 몇차례 위태위태한 운전을 해왔던 송경희 대변인이 정부 출범 70여일만에 후선으로 물러나고,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 윤태영 비서관이 청와대의 마이크를 잡게 됐다.
송 대변인의 조기 퇴진은 청와대의 인사정책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정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요직(청와대 대변인)에 외형적인 경력(방송학 박사)과 기능적인 측면(아나운서 출신)만 보고 인물을 기용해 국정수행에 혼선과 비능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해성 홍보수석은 그러나 송 대변인이 '비서실 총무팀'의 무임소로 일단 물러난 것에 대해 "문책인사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도 윤 대변인에 대해 "대통령의 뜻을 가장 잘 파악하고,가장 잘 전달할 적임자"라며 "대 언론 서비스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발탁때부터 이변=송 대변인은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발탁 때부터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을 당황케 했다.
대변인 내정사실 발표와 함께 기자들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면서 "노 당선자의 국정철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던 것.
이후에도 송 대변인은 이라크전과 관련,"대북 군사경계 수위(데프콘)가 한단계 올라갔다"고 실제와 다른 발표를 해 북한에게 대화기피 빌미를 준적이 있다.
또 '가판구독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특정 신문의 가판을 본 뒤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부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며,한때 "모르겠다"를 남발,'몰라요 대변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사·청와대 운영 시스템도 문제= 송 대변인이 발탁된 데는 새 정부가 야심작으로 준비한 다면평가가 크게 한몫했다.
노 대통령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어 '코드'가 공유되지 않았지만 대변인 후보자 가운데 송 대변인이 다면 평가에서는 가장 좋게 나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송 대변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변인 한 사람에게 국정 전 분야에 걸쳐,모든 언론의 질문을 받아들이게 하는 청와대의 운영방식이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팀장 신설,부대변인 3명으로 확충= 이날 단행된 비서실 조직개편의 핵심은 '부수석 비서관'격인 팀장 6명을 새로 임명하면서 대변인팀을 강화했다는 점.윤 대변인 아래 부대변인이 1명 더 늘어 3명이 됐다.
대변인 기능을 강화하면서 신문을 중심으로 한 대언론 관계개선에 청와대가 좀더 전향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