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혹시 치매?…기억 흐려지고 어눌해지면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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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기업에 부장으로 몸담고 있는 K씨(대치동.47)는 5월 가정의 달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어버이 날(8일)에도 남들처럼 부모를 모시고 나들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74)는 2년째 치매전문요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집으로 모셔올 수도 없다.
가까이서 돌봐줄 사람을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그런 사람을 구한다 하더라도 치매환자와 함께 생활하기가 너무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K씨만이 아니다.
치매환자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크게 늘아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약 8.3%인 29만명을 치매노인으로 추정했다.
대부분의 치매는 병이 생기는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서서히 진행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치매의 약 10%는 초기에 원인을 발견, 치료한다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도 적절히 치료받는다면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수 있다고 한다.
조기발견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치매의 예방, 치료법 등을 알아본다.
◆ 치매란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후천적인 외상이나 질병 등에 의해 손상되거나 파괴돼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과 고등정신기능이 감퇴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에는 주로 인지기능의 장애를 보이다가 후기에 신체변화가 나타난다.
보행이 불편한 중증 치매환자는 주로 의자나 침대에서만 지내다가 근육경직이 나타나면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된다.
결국 폐렴, 요로감염증, 욕창성 궤양 등의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죽게 된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65세이상 노인의 5%가 중증 치매이고 15%가 경증치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생동안 치매에 걸릴 확률은 12∼17%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선 치매가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4번째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 원인과 종류 =치매의 원인으로는 70∼80개의 질환이 알려져 있다.
치매는 대뇌피질 신경세포가 사라지면서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신경퇴행성 치매와 뇌졸중 이후에 발생하는 혈관성치매, 뇌손상이나 알코올 중독, 중추신경계 감염 등으로 분류된다.
신경퇴행성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환자의 50∼60%를 차지한다.
혈관성 치매가 약 20%로 그 뒤를 잇는다.
치매환자의 10∼15%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동시에 발생한다.
◆ 증상 =대체로 지적능력이 전반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감퇴되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도 의식은 흐려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기억력이 나빠지는 것이다.
초기에는 건망증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얼마 전의 일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언어장애도 치매의 다른 증상이다.
치매가 진행될수록 언어표현력이 위축되고 심하면 말을 거의 안하면서 앵무새처럼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게 된다.
익숙한 길을 잃어버리거나 집안에서 화장실, 안방을 찾아가지 못하는 등의 공간지각능력 장애도 나타난다.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판단력 장애도 초래될 수 있다.
망상이나 환각으로 인한 이상행동, 의심증,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숨기는 등의 행동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급작한 발병을 보이고 악화정도도 심각한 것이 특징이다.
◆ 예방 및 치료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선 △금연과 절주 △운동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기검진 △고혈압·당뇨의 예방관리도 치매를 예방하는데 좋다.
노인들에게서 최근 사건에 대한 기억력 저하나 시간과 장소의 혼동, 계산 능력이나 판단력 악화, 성격의 변화 등이 나타나면 즉각 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
약물요법에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막는 약이 없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 몇몇 연구 결과 약물치료 후 최초 3개월간 증상이 개선되고 6개월에서 1년까지 그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원인 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다.
좁아진 혈관을 넓히기위해 아스피린과 와파린 등의 의약품을 투여하기도 한다.
[ 도움말=오병훈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노인정신건강센터장, 이창욱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장, 이정주 세종병원 신경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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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망증과 치매 구분 10가지 지표 >
1. 물건 잘못 놓기
건망증 - 열쇠나 지갑, 안경을 어디에 놓았는지 모르고 찾는다.
치매 - 다리미를 냉장고 안에 집어넣거나 커피 통에 손목시계를 둔다.
2. 언어장애
건망증 - 평소 하던 말이 쉽게 잘 안 떠오른다.
치매 - 전혀 엉뚱한 단어를 사용해 문장 전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아주 쉬운 단어도 생각나지 않는다.
3. 시간.장소에 대한 인지장애
건망증 - 지금 어디로 가는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깜박 잊는다.
치매 - 집으로 가는 길을 잃거나 직장 근처에서 사무실을 찾느라 헤맨다.
4. 작업수행에 영향을 주는 기억력 장애
건망증 - 상사와의 점심약속, 동료의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잊어버린다.
치매 - 사업 계약 등 약속을 까맣게 잊고 그 사실도 생각나지 않는다.
5. 친숙하던 작업수행능력 저하
건망증 - 요리하려고 준비한 고기, 당근 등을 냉장고에 놓아두고 그냥 식사준비를 한다.
치매 - 요리 순서를 기억 못하고 자신이 요리를 준비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6. 판단력 장애
건망증 - 빨래를 하면서 주전자 물이 끓는 것을 잊는 등 어떤 일로 다른 일을 잊어버린다.
치매 - 아이를 업은 채로 셔츠를 몇 벌 겹쳐 입는다.
7. 기분 또는 행동의 변화
건망증 - 비가 오면 슬퍼지는 등 때에 따라 감성과 행동이 변한다.
치매 - 감정변화가 급격하다. 조용히 있던 사람이 갑자기 통곡하거나 격렬히 화를 낸다.
8. 성격 변화
건망증 - 나이가 들면서 환경에 따라 조금씩 성격이 변한다.
치매 - 갑자기 대인관계를 기피하게 되거나 남을 많이 의심한다.
9. 추상적 사고능력의 장애
건망증 - 신용카드 명세서나 세금계산서 정리에 곤란을 겪는다.
치매 - 은행에서 인출하는데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거나 출금방법을 몰라 쩔쩔맨다.
10. 동기 상실
건망증 - 가정이나 직장 일에 지쳐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의욕이 솟는다.
치매 - 무기력증에 빠져 수동적이 되거나 일을 하도록 북돋워줘야 일을 하게 된다.
< 자료 :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