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국디자인 배우고 싶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섬유대전' 전시장에는 사스 공포가 완연했다.
시종 한산한 분위기였다.
참석 업체 모두 '사스'를 한탄했다.
기자는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지켜보면서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가·고급제품을 전시한 대형 부스에는 관람객들이 제법 많이 몰린 반면 중소형 부스는 뜸했다.
이는 중국의 고가 의류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을 '남대문 상가' '재고처리 시장'정도로 여기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중저가 제품은 중국에도 얼마든지 있고,그 시장에서 우리가 살아남기는 불가능하다.
고급 디자인과 세련된 감각으로 만든 비싼 옷으로 5천만명의 중국 고소득층 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전시회와 함께 열린 패션쇼도 눈여겨볼 만했다.
비록 앙드레김은 오지 않았지만 그가 기획 출품한 패션 제품은 중국인들의 환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신사복 숙녀복 등 제품별로 이뤄진 여러 패션쇼 역시 관심을 끌었다.
의류업체 디자이너인 한 상하이 여성은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탄탄한 디자인이 많았다"며 "한국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섬유업계 일각에서 기술복제를 우려,중국 비즈니스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는 '디자인 기획 마케팅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가치있는 소프트(soft) 상품에서는 우리가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 여건만 조성된다면 소프트 산업은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섬유산업은 이제 '중국'이라는 요소를 감안하지 않고는 존립자체가 힘들어지는 시기에 직면했다.
섬유도시 대구(大邱) 경제가 어려운 것 역시 중국의 영향이 크다.
그 대구를 살리는 길 역시 중국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 갖고 있는 기술은 과감하게 중국에 넘겨 활용하되,우리는 급변하는 세계 흐름을 타면서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앞서 개발하는 국제 분업 시스템을 구축하라'.이번 전시회는 비록 사스로 타격을 받았지만,이 같은 '대구 살리기'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