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 덫에 걸린 중국] (上) '얼어붙은 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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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던 용이 사스의 덧에 걸렸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베이징올림픽 유치, 상하이 2010년 해양 엑스포 유치 등을 업고 고속성장을 질주해온 중국 경제가 사스라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제임스 골드게이어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사스가 중국의 체르노빌이 될 수 있다"며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붕괴론까지 제기했다.
사스확산을 막기 위해 베이징을 봉쇄한다는 소문을 중국정부는 일단 부인하고 나섰지만 사스는 이미 중국경제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그 충격으로 고도성장을 견인해온 소비 수출 외자유치 등 3대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발 경제 위기는 세계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상당히 크다.
베이징 밤거리에 인적이 끊겼다.
야간 택시도 자취를 감췄다.
한 택시기사는 "손님이 줄어 일부 동료들은 아예 출근도 안하고 있다"고 전한다.
사스 공포가 엄습하면서 베이징을 준전시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봉쇄령에다 계엄령 루머까지 나돌면서 시민들의 공황심리는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기차역은 물론 공항에는 베이징을 떠나려는 중국인들과 외국인들로 대혼잡을 이루고 있다.
사스통제지휘본부 본부장인 우이 부총리는 23일 20억위안 규모의 사스기금 설립을 발표하면서 "수면제를 먹지 않고는 잠을 못이룬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지도부는 지금 톈안먼 민주화운동 이후 최대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정치.사회적 공황심리는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까르푸 화롄편의점 등에는 시민들이 대거 몰려들어 쌀 라면 냉동만두 등과 같은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있지만, 궈메이 하이롱다샤 등 양판점과 IT전문점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채소류는 2배 가까이 가격이 폭등했으나,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가격을 내려도 팔리지 않는다.
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5월 말까지 로드쇼와 같은 판촉활동을 금지시켜 고도성장의 견인차인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때문에 음식점 술집 등 요식업종중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직원들을 감축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든 데다 사스 감염 환자 발생시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여행 및 관광업도 직격탄을 맞아 벌써부터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사스 공포가 장기화되면 올해 8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는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다.
초.중.고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간데 이어 장기연휴에 들어가는 기업들마저 생겨나고 있다.
임업출판사의 임직원 1백80여명은 이날부터 2주간 휴가에 들어갔다.
모토로라는 중국 신식산업부의 출퇴근 자율조정 조치를 수용, 팀원중 1명씩 교대로 쉬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행 등 금융계에서도 지방출장을 다녀온 직원은 3주 휴식 후 출근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운수업을 하는 장지엔민은 "사스 공포로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베이징시 정부가 사스 감염자와 사스 의심환자는 물론 이들이 발견된 공장 사무실 마을 학교 병원 등을 강제 격리키로 결정하면서 경제활동이 자칫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이 경우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베이징에서 무역업을 하는 왕치산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공장들이 격리 조치로 문을 닫게 되면 세계경제에도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사 대신 찾아온 불청객 사스가 중국경제를 때아닌 동면기로 빠져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