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효과' 얼마길래 대통령까지 뛰나 .. 투자액 1백억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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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한국으로 올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내달 미국 방문 때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반도체공장 유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1위의 반도체회사인 인텔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인텔의 공장유치를 위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일정액 이상의 투자를 하는 외국인 투자업체에 대해 현금을 보조(Cash Grant)해주는 방안까지 논의,실현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인텔 효과'가 과연 얼마길래 현금 보조까지 거론하면서 대통령이 앞장서 뛰고 있는 것일까.
◆투자규모를 뛰어넘는 효과
인텔이 투자에 나선다면 투자규모는 최대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일단 입지를 정하면 공장 하나당 20억∼25억달러가 투자되는 3백㎜웨이퍼 일관생산공장(팹·Fab)을 단계적으로 2∼4개 설치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텔 투자의 의미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의 투자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정치·외교적인 측면의 긍정적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을 이끌고 있는 인텔이 한국에 들어오면 동북아경제 중심으로서의 입지가 부각될 수 있다.
외국기업들에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를 줘 투자 유치가 수월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인텔은 미국이 가장 아끼는 최첨단 기업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보는 한국의 전략적인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본부장은 "미국이 북한문제에 관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학계에는 호재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인력이 인텔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반면 인텔이 하이닉스 공장을 인수한 뒤 개조함으로써 하이닉스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공장 필요한 인텔
인텔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여러 지역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어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인텔은 해외에 공장을 설립할 때 여러 지역의 후보지를 검토하고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 뒤 결론을 낸다.
이번에도 인텔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한국에 반도체공장 설립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
업계는 그러나 인텔이 이미 아시아에 반도체 일관생산공장을 세운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한국 등 아시아지역은 최근 수년 간 기대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왔고 앞으로도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생산기지가 필요한 입장이라는 얘기다.
◆인텔의 저울질
인텔은 공장후보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핵심기술 수출을 금지토록한 '바세나르 협약'에 묶여 중국에 반도체공장을 짓기는 쉽지가 않다.
시장은 크지만 반도체산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력과 기술적인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대만의 경우 지진이 빈발하는데다 용수도 부족하다.
한국은 반도체 인력과 기술이 풍부한데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가깝고 전력과 용수 등의 문제도 덜한 편이다.
그러나 강성 노조설립 가능성과 북한과의 대치 등은 인텔이 꺼리는 점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