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친구'를 만들었던 곽경택 감독(40)이 신작 '똥개'의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한햇동안 영화 '챔피언'의 흥행 부진,배우 유오성과의 불화,조폭자금 지원설 등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곽 감독은 '똥개'로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 촬영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그를 만났다. "사람들이 제 의지와 전혀 다르게 (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저보다 더 억울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는 각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똥개'의 주인공처럼 영악하지 못한 자의 진실이 무참하게 훼손되는 현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똥개'는 어리숙하지만 의리있고 착한 청년과 가족들의 이야기다. "'챔피언'을 만들 때 계속 죽음을 생각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황폐해졌습니다. 그래서 밝고 재미있는 얘기가 필요했습니다. 친구 얘기는 이미 했으니까 이번엔 아버지와 아들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똥개'로 불리는 주인공역은 정우성이,그의 아버지이자 경찰 반장역은 김갑수가 각각 맡았다. 정우성은 구부정한 모습에 다소 느린 어투가 진득한 성격의 주인공역에 잘 어울린다고 곽 감독은 평가했다. "똥개가 흥행에 성공할지는 전혀 감이 안옵니다. '도' 아니면 '모'라고 생각합니다. '똥개'는 드라마가 강한 코미디입니다. 드라마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밝게 꾸미는 요즘 흥행 코미디들과는 다르지요. 리얼리티를 철저히 살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를 만들겁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배우들에게 과도할 정도로 리허설을 거듭 주문했다. '챔피언'의 흥행부진이 자만 때문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똥개'는 한국의 잡종견이죠.멋있거나 영리하지 않지만 정이 있고 밥그릇을 빼앗기면 용감해지기도 합니다. 처음 제목을 '똥개'로 정해 놓고 아버지에게 의견을 물으니 '딱'이라고 하시더군요. 지금까지 경험으로 봐서 세글자보다는 두글자의 제목이 흥행에 좋았다는 아내의 말도 있었고요." 작품의 무대를 밀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부산토박이인 자신의 정서와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촬영을 자발적으로 지원해 주는 밀양 시민들의 인심은 정말 푸근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밀양=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