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아파트 재산세 제도를 전면 손질키로 한 것은 과표 현실화에 따른 보완조치로 풀이된다. 현재의 구간별 세율과 과표 산정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과표를 현실화하게 되면 세금이 최고 수십배까지 올라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평당가격이 1천만원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과표를 50%까지만 현실화해도 대부분의 아파트에 최고세율(과표 4천만원 이상)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자부는 그러나 과표 산정기준인 신축건물 기준가액(㎡당 17만원) 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시가와 관계없이 평수와 준공연도에 따라 세금액수가 결정돼 서울 강북 아파트가 강남보다 더 많은 재산세를 내는 불균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재산세는 투기억제 수단 아파트 재산세는 과표구간별로 세율을 차등 부과하고 있다. 과표구간별로 최저 세율(1천2백만원 미만, 0.3%)과 최고 세율(4천만원 초과, 7%)은 무려 23.3배나 차이가 난다. 또 과표 1천2백만원 미만은 기본 세율만 적용해 세금을 산출하지만 그 이상에 대해선 3만6천∼85만6천원을 중과하고 있다. 이같은 아파트 세율은 골프장과 별장이 5%, 대도시 신증설 공장 1.5%, 주거지역 공장 0.6%, 상가 0.3% 등인 점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높다. 강남 서초 송파 등 소위 '고가 아파트 트로이카' 지역에선 과표 자체도 가산된다. 가산율은 4%(과표 3억원 이상)에서 30%(과표 20억원 초과)까지다. 아파트 재산세의 세율과 과표에 대해 이처럼 가산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아파트 실거래가격을 완전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대형 평형 아파트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자는 정책적 목적에서 비롯됐다. ◆ 우려되는 조세저항 과표는 낮고 세율이 높은 현행 제도하에서 과표현실화는 세금 급증으로 이어진다. 서울에서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 송파 서초 등의 경우 현재 13,15,18평의 대부분은 재건축 추진 등으로 시가가 4억원대까지 호가하지만 과표는 1천2백만원 미만이다. 지은지 오래 된 건물일수록 과표산출때 기준이 되는 신축건물 기준가액이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아파트의 최대 재산세는 3만6천원(1천2백만원의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표가 현실화될 땐 사정이 달라진다. 이들 재건축 아파트의 시가를 3억원 정도로 보고 현실화율 50%를 적용하면 과표는 1억5천만원, 이에 따른 재산세는 8백55만6천원(85만6천원+4천만원 초과액 1억1천만원의 7%)이나 된다. 세율과 과표를 조정하지 않을 경우 조세부담이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다. ◆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조정 아파트 과표와 세율의 구체적인 조정안은 6월말께 나올 '지방세제 개편안'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골프장과 별장에 5%의 세율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4천만원 이상 아파트에 7%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세율과 과표를 단계적으로 조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 기준가액은 현행 유지 행자부는 재산세 과표산출 기준인 신축건물 기준가액 제도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신축건물 기준가액은 아파트 시세와는 관계없이 ㎡당 일정액(현재 17만원)을 적용하되 1년 단위로 감가해 산출한다. 행자부는 그동안 이 금액을 올리는 방식으로 과표를 현실화해 왔지만 지역간 시세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었다. 행자부가 이 문제를 다음 과제로 넘겼기 때문에 아파트 세율과 과표구간을 조정하더라도 서울 강북의 싼 아파트가 강남의 비싼 아파트보다 재산세를 더내는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