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미국을 비롯한 5대 열강들은 이라크전을 앞두고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은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에서 벗어난다는 명목 아래 적극적으로 이라크 공격을 추진했고,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인도주의를 내세우며 미국과 영국의 '명분없는 전쟁'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박복영 부연구위원은 "각자의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듯 보이는 미·영·불·러·중 5개 열강은 결국 '석유'라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있다"고 말한다. 후세인 정권하에서 원유공동개발권을 갖고 있던 국가들(불·러·중)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미·영)이 전쟁에 대한 견해를 달리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EBS가 16일 오후 10시에 내보내는 '시사다큐-이라크 공격은 왜 석유전쟁인가'는 이라크 전쟁을 철저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세계의 석유 생산량이 이미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라크 유전은 이제 유일하게 남은 '개발되지 않은 유전'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1차 세계대전 후 쉘,BP,엑손 등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당시 설립된 이라크 석유 회사의 상당부분을 소유한 상태였다. 이들 기업은 푼돈을 지불하고 파이프라인을 설치한 후 석유를 실어내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1972년 이라크 석유의 국유화가 단행되면서 외국회사들은 쫓겨나게 된다. 이후 이라크의 석유는 이란과의 오랜 전쟁과 유엔에 의한 경제 제재로 이라크인들의 풍요를 위해 사용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라크의 석유는 다른 나라의 유전이 수십 년의 개발로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요즘에도 대부분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연구위원은 "석유고갈이 점차 현실화 되어가고 미국이 에너지 질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한국도 이에 대해 지혜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