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위협 해소=외국인투자기업으로 인정받아 출자총액제한이 풀림에 따라 SK㈜에 대한 최태원 회장과 그룹 계열사의 의결권 지분은 기존 10%대에서 17%대까지 올라선다. 당초 SK C&C가 보유한 SK㈜ 주식 8.63% 가운데 7.3%(SK측은 6.6%로 파악),SK건설 2.37% 중 0.3%는 출자총액제한에 걸려 의결권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제한됐던 의결권이 부활되면서 SK그룹 의결권 지분은 13.46%로 올라서게 됐다. 임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4% 안팎)를 포함시키면 17.46%나 된다. SK㈜ 관계자는 "크레스트측이 신고 이후에도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현재 14.9%대까지 올라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러나 SK측 지분이 더 많아져 혹시 표대결이 벌어지더라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사주 10.41%와 SK글로벌이 해외에 맡겨둔 7.88%를 계열사에 넘길 경우 사실상 35%대의 의결권을 확보해 경영권 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에서는 크레스트가 추가로 매집할 경우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해 SK㈜ 주식을 취득하는 등 방어에 나설 수 있다. 사실상 그룹 지배권을 통째로 외국인에게 넘길뻔 했던 SK는 지주회사격인 SK㈜에 대한 지배구조만 공고히 하게 되는 실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외국인 경영간섭은 심해질 듯=크레스트 시큐리티스는 그린메일 행사와 같은 위협수단 행사가 사실상 어려워짐에 따라 경영간섭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유정준 전무와 크레스트의 모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 제임스 피터 최고운영책임자간 면담에서는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으나 크레스트측에서 장기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조만간 경영참여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참여 방법과 관련해 SK㈜는 크레스트측이 이사 파견과 주요 경영정보 사전협의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사 선임의 경우 기존 이사진이 이미 정원인 10명을 채운 상태인데다 신규 선임을 위해서는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주총에서 크레스트측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방안을 우선 협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SK㈜는 크레스트측이 무리한 간섭을 해오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그룹체제의 유지,미래전략을 위한 장기 설비투자 등에 대해 크레스트측이 주주가치 하락을 이유로 반대해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SK텔레콤 주식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관건이 되고 있다"고 말해 SK텔레콤 주식 보유여부를 놓고 크레스트측과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서로 협의할 것으로 보지만 사사건건 의견대립을 보일 경우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