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공화국 수비대의 한 장교가 12일 영국 B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수비대가 무기력하게 괴멸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 관심을 끌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장교는 "미군이 지난달 19일 공습을 시작하자 사령부는 '위치를 사수하고 공습을 피하라'고 명령했다"며 "하지만 병사들은 폭우처럼 쏟아지는 폭격을 피해 무기를 버리고 달아났다"고 설명했다. 공화국수비대의 명령체계나 군기가 전쟁 전 이미 무너져 전투력이 상실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예상과 달리 바그다드 시가전이 벌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병사들은 가족과 재산이 있는 그 곳(바그다드)에서 시가전을 치르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전쟁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독단으로 강행됐다"고 지적하면서 "만약 누군가 후세인 대통령에게 '우리의 전투력으로는 미군을 대적할 수 없다'고 직언했다면 그는 당장 처형됐을 것"이라고 전쟁 직전 이라크군의 분위기를 전했다. 끝으로 이 장교는 "공화국수비대가 괴멸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에게 왜 싸워야 하는지,전황은 어떠한지 알려주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