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산들 봄바람에 은근한 햇살이 머리를 간질이는 이즈음은 나른하고 입맛이 별로 없는 때이다. 봄 분위기를 한껏 낸 가벼운 옷차림으로 특별한 요리를 찾아 멀리 떠나고 싶지만 바쁜 일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좌절은 금물.서울을 벗어나지 않고도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지루한 봄날의 춘곤증에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세계 미각 여행을 떠나보자. 살사와 데낄라,타코 등으로 유명한 멕시코는 고추의 원산지로 세계에서 고추의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옥수수 가루를 반죽해 얇고 넓적하게 펴서 구운 또띠야 위에 다진 고기와 야채를 얹고 소스를 얹어 먹는 음식을 타코라고 한다. 여기에 넣어 먹는 소스가 바로 살사.잘게 썬 토마토에 양파,고추에 실란트로,오레가노 등 향신료를 넣은 매콤한 소스이다. 또띠야에 고기,야채 등 여러 가지 소를 넣고 모양을 만든 후,옥수수잎에 싸서 쪄내는 요리는 타말이라고 한다. 쫀득한 옥수수가루 반죽 안에 닭고기,버섯,감자 등으로 속을 채워 부쳐내는 께사다이는 멕시코 길거리 어디서든지 쉽게 만날 수 있는 서민적인 음식.고소한 치즈가 듬뿍 녹아있는 바삭바삭한 나쵸는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그 외에도 향신료를 넣어 삶은 닭고기의 맛이 담백한 치킨 엔칠라다와 새콤한 토마토 소스,볶은 쇠고기로 만든 특이한 맛의 비프 브리토 등 다양한 음식이 있다. 이탈리아 요리는 크게 북부요리와 남부요리로 나눌 수 있다. 알프스와 가까워 육류와 치즈를 많이 사용하는 북부 요리에는 옥수수를 이용한 폴렌타,쌀을 이용한 리조또가 대표적이다. 남부에는 항구도시 나폴리와 시칠리아 섬 등 해안 지역이 많아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했던 까닭에 토마토 소스와 밀가루 반죽을 사용하는 피자와 파스타가 발달했다. 씹을 때 쫄깃쫄깃한 맛이 그만인 파스타는 해산물,육류,달걀,치즈,야채,올리브 오일 등 어떤 재료로 만든 소스와도 잘 어울려 활용범위가 넓다. 파스타 요리는 소스에 따라 이름이 정해진다. 토마토와 다진고기를 기본으로 한 미트소스가 들어가면 볼로네즈,생크림과 베이컨,계란 노른자,파마산 치즈를 섞어 만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의 카르보나라 하는 식이다. 아랍 문화권에 속해 있는 이집트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양고기와 닭고기를 주로 먹는다. 병아리 콩을 갈아 마늘,레몬,올리브유 등을 섞어서 크림처럼 만든 후무스가 대표적인 음식이다. 후무스에 빵을 찍어먹거나 발라먹는데 맛이 담백하면서도 매우 고소하다. 병아리 콩을 갈아 동그랗게 반죽한 후 다시 튀겨낸 '팔라펠'도 매우 인기 있는 음식.'피타'라는 이름의 납작하고 속이 빈 둥근 빵을 살짝 열고 팔라펠과 오이,토마토,각종 매운 양념들을 넣으면 햄버거처럼 간편한 한끼 식사가 된다. 전반적으로 마늘과 양파를 많이 사용하는 이집트요리는 대부분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병아리콩과 쌀,콩을 삶아 볶은 후 그 위에 토마토소스와 베이컨 조각을 얹은 전통요리 '쿠샤리'는 독특한 맛의 볶음밥이다. 다진 양고기를 다른 여러 가지 양념과 섞어 포도잎에 싸서 쪄내는 '마시 와락 아리쉬'도 맛있다. 알프스의 대자연 덕택에 낙농업이 발달한 스위스에서는 치즈를 이용한 여러 가지 음식들이 발달했다. 대표적인 음식인 '퐁듀'는 치즈를 녹인 후 거기에 음식을 찍어먹는 요리.본래는 추운 겨울에 오래 보관해둔 치즈와 빵을 활용해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음식이다. 치즈가 녹는 동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글보글 거품이 일면 빵이나 고기를 치즈에 찍어 먹는다. 녹이는 치즈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의 조합이 가능한데,쇠고기 안심을 즉석에서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보르기뇽 퐁듀와 향신료 향기가 그윽한 바커스 퐁듀가 별미이다. 터키 음식은 '구이'라는 뜻의 케밥으로 대표된다. 과거 유목민들이 화톳불을 피워 놓고 고기를 구워 먹던 데서 유래된 요리이다. 케밥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도네르 케밥과 쉬시 케밥.긴 꼬챙이에 양고기를 겹겹이 꽂은 빙빙 돌리며 구워 먼저 익은 겉부분부터 잘라먹는 도네르 케밥은 고기의 한 부분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위를 모두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쉬시 케밥은 양고기와 야채를 꼬치에 끼워 구운 요리이다. 터키의 요구르트는 우리가 보통 먹는 것보다 좀 더 걸쭉하고 신맛이 난다. 식후 마시는 터키 커피는 속까지 완전히 볶은 원두를 잘게 빻아 가루를 낸 후 뜨거운 물을 부어 그대로 마신다. 가루는 가라앉은 채로 두고 우러난 커피물을 마시는데,진하면서도 고소한 커피 향이 일품이다. 일마레 강남점 장정선 지배인은 "입맛을 잃기 쉬운 봄철에는 깔끔하고 고소한 맛의 해산물 크림소스 스파게티가 산뜻하게 먹기 좋다"고 전한다. 자신에게 특별한 음식을 선물해 기운을 돋우는 것도 건강하게 사는 한 가지 방법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