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3:00
수정2006.04.03 13:01
이라크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
석유시장 확보와 중동지역의 패권 확립이라는 미국의 목표는 달성됐을지 모르지만 이번 전쟁은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전쟁은 신을 생각하게 한다'(화남,고은 등 지음)는 이라크 대표시인 5명과 고은 신경림 도종환 윤정모 염무웅 등 한국의 시인·소설가·평론가 1백30여명이 참여해 만든 반전(反戰) 작품집이다.
이라크 시인들의 작품이 책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부에 실린 '이라크 대표시인 5인선'은 이라크 시인들의 눈을 통해 전쟁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안긴 상처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둔야 미카일의 '전쟁은 힘들어',압둘 와합 알 바야티의 '우리는 왜 유랑지에 있나' 등은 특히 전쟁의 무자비함과 참혹함,그리고 전장에 무방비로 내던져진 민간인들의 비극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우리가 왜,주여!/조국도 없이,사랑도 없이/죽어간다/두려움 속에서 죽어간다'('우리는 왜 유랑지에 있나' 중) 등의 시에서는 이라크 시인들의 생명에 대한 깊은 외경과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신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
2부는 고은 곽재구 도종환 김영현 이재무 등 한국의 시인 63명이 '전쟁 반대'와 '평화'의 염원을 형상화한 시들을 묶었다.
고은 시인은 '나의 편지'에서 '지금 사막은 잠들지 못한다/지금 메소포타미아의 아이와 어머니는/외진 울음도 나누지 못하고 죽어간다/우리들이 세운 기둥마다 새겼던 말/정의와 자유/해방/세계평화/기어이 찾아야 할 그 말들을 도둑맞았다'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준열히 질타한다.
도종환 시인은 '저는 당신들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예요/우리는 내일도 엄마아빠가/살아있기를 바랄 때 슬퍼집니다/매일같이 쏟아지는 미사일과 비명소리 속에서/우리가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는 채 죽어야 할 때/우리는 혼란스럽습니다'('저는 당신들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예요' 중)라며 어린 이라크 소녀의 눈을 통해 이번 전쟁의 참혹함과 부도덕함을 고발한다.
2부에서는 또 신경림 김지하 등 58명의 시인이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 및 '촛불시위'에 대해 쓴 시들도 볼 수 있다.
3부 '이라크·미국으로부터의 현장통신'에는 박노해 공광규 시인의 생생한 현장르포가 실려 있다.
이라크전쟁 발발 직전 바그다드로 향한 박노해 시인은 현재 요르단 암만에 머물며 전쟁의 상흔으로 뒤덮인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9·11테러 1주년을 맞아 미국 뉴욕 현지의 표정을 취재한 공광규 시인의 르포는 오늘날 미국의 모습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총 4백80쪽의 이 책에는 '반전평화'에 대한 동시·동화 및 산문 단편소설 평론,'이라크 민간인 피해참상'에 대한 사진자료들도 함께 수록됐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