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리인하 등 부양책 시급" .. 올 성장전망 4%대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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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간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 4%대 초반으로 떨어뜨렸다.
이는 국내 경기가 깊은 침체국면에 들어섰음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각종 지표로 본 경제는 올들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한은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교역조건 등의 부진으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 뒷걸음질, 2년여만에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라크 전후 처리 △북핵 문제 △여전한 세계 경제 부진 △금융불안 △사스(SARS) 파동 등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안개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 체감경기 더 나빠질 듯
한은이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중 민간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3%, 설비투자는 1.8% 늘어나는데 그쳤다.
2002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각각 6.8%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나빠졌는지 알 수 있다.
서비스업도 지난 1,2월 2.5% 늘어나는데 그쳤다.
작년 성장률(8.6%)의 4분의 1 수준이다.
제조업생산(지난 1,2월 6.4% 증가)이 그나마 버티고 있으나 실속이 없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의 판매단가가 떨어지고 원유 등 주요 수입품의 가격은 올라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교역조건 악화로 올해 상반기중 실질국민소득(GNI)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3%포인트 낮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체감경기가 더욱 급속히 악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 확산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한국은행과 KDI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연 4%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동월에 비해 4.5%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수요압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물가는 내린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원유.원자재 가격상승 등 공급측면에서의 충격(supply shock)이 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올들어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며 하루짜리 콜금리를 현 수준(연 4.25%)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KDI는 이날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목표범위를 상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책방안으로 한은은 물가안정을, KDI는 경기회복을 더 강조해 주목된다.
◆ 경제는 여전히 '안개속'
한은과 KDI가 발표한 경제성장 전망치는 너무나 많은 불확실한 요인들을 안고 있다.
한은은 "이라크전쟁이 막을 내려가고 있지만 북한 핵문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다"며 "북한 핵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해 경제가 더욱 악화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KDI도 "불확실한 요인들이 너무 많다"며 "미.이라크 전쟁이 상반기중 종결되고 북한 핵문제도 더이상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전망치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는 주변 여건변화에 따라 두 기관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나빠질 수도,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