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공들인 '한국적 영상미' 볼만 .. '동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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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킨더필름(어린이영화)부문에 출품돼 호평을 얻었던 주경중 감독의 데뷔작 "동승(童僧)"이 오는 11일 전국 개봉된다.
7년간의 산고끝에 나온 이 영화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아기스님"을 뜻하는 동승을 비롯,사찰과 스님 등 불교적인 공간에서 출발하지만 기적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일반적인 종교영화는 아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란 기다림의 원형을 주제로 인간이 보편적으로 갈망하는 지향점을 탐구하고 있다.
큰스님 (오영수),젊은 스님 정심(김민교),동승 도념(김태진) 등 세 스님들의 행보는 이런 주제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큰스님께 포경수술비를 달라고 조르는 정심이나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는 도념은 세속의 인연에 얽매여 번뇌에 시달리는 범부들과 다름없다.
두 제자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불법으로 제시하지 않고 함께 아파하는 큰스님도 득도한 고승과는 거리가 멀다.
정심은 손가락을 태워도 색정을 끊을 수 없고,도념은 아무리 기다려도 어머니가 오지 않는데서도 기적과 구원은 없다.
결국 두 스님이 절을 떠나는 "또 하나의 출가"에서도 산문(山門)의 생리는 "오는 사람 잡지 않고,가는 사람 막지 않는"식으로 소극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모든 업보가 씻겨져야 발원이 성취된다"든지 "네 것이 아닌 것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는 대사들은 세상사의 냉엄한 진리에 가깝다.
그리움이 오랜 기다림을 낳듯,주요 장면들은 롱테이크(오래찍기)로 이뤄져 관객들을 동일한 공간에 오래 머물도록 촉구하고 있다.
짧은 쇼트로 빠르게 전개하지 않아도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시종 종교적 엄숙함이 배제된 채 유머로 단장돼 있다.
정심이 큰스님께 돈달라고 조르거나 도념이 동네아이들과 놀거나 싸움박질 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머금게 한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영상미도 눈여겨 볼만 하다.
절간의 돌담 기와 누각 장명등 연등행렬 등은 전통 불교사찰의 공간미가 그윽하고 사찰주변의 산야는 한국의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그것은 상대방을 압도하는 절세의 비경이 아니라 그윽한 향기로 우리곁에 있는 친숙한 풍경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