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내수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월 1백30만대 안팎을 유지해온 휴대폰 판매량은 이달들어 95만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정부의 휴대폰 보조금 금지 조치로 소비심리가 식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내 경쟁격화로 수출가격 또한 급속히 하락하고 있어 특히 중견.중소업체들의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얼어붙은 내수=휴대폰 내수시장은 지난해 11월 1백45만대를 기록한 이후 감소,올 2월에 1백2만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달들어선 보조금이 조만간 일부 허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춘데다 이라크전쟁 등 외부 요인까지 겹쳐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1백만대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추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정보통신부가 대리점 차원에서 출고가의 10%나 5만원선의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려던 방침을 바꿨다. 법제처가 "보조금 허용 기준을 일괄적으로 규정해서는 안되며 사안별로 통신위가 법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월초 재고 휴대폰 등 일부 단말기 보조금이 허용되더라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수준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쟁 장기화 우려 등으로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내수 시장 회복이 상당기간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중견.중소업체 고전=내수가 위축되자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달들어 시장에 출시된 전 모델의 가격을 3~4만원가량 낮췄다. 하지만 중견.중소업체들은 이미 낮은 가격대에 휴대폰을 팔아와 가격 인하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의 가격인하로 인해 상품력에서 열세인 중소업체는 물론이고 모토로라 등 외국계기업들도 3월들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부 중견업체들은 이에 대응,울며 겨자먹기식으로 4월중 가격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렇지만 가격을 낮추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순 있겠지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중견.중소업체로선 최근 스탠더드텔레콤의 부도로 인한 위기감 확산과 중국에서의 가격경쟁 심화도 부담요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독자 브랜드를 갖추지 못한 중소업체들로선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등 대안을 찾지 못할 경우 앞으로 몇년내 경영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