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객들이 우리 강아지를 보러 직접 회사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인터넷쇼핑몰업체 천삼백케이닷컴(www.1300K.com)의 이승민 대표(33)는 "인텔리전트 K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회사 사이트에 육아일기를 쓰고 있다. 보통의 아기엄마들과 전혀 다를바 없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자식"의 사진과 동영상도 함께 연재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주인공이 태어난 지 6개월된 진돗개 백구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K(강아지 이름)"를 만난 건 지난해 11월. 아는 지인의 소개로 5만원을 주고 "입양"했다. 그는 "현재의 청담동 사무실로 이사하는 시기였는데 빈번한 야근과 밤샘에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았다"고 백구 입양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귀엽기만한 K가 직원들과 함께 회사 사무실에서 살면서 좌충우돌 사건들이 벌어졌다. "인터넷으로 중요한 거래처와 사업내용을 주고 받는데 갑자기 연결이 끊기더라구요. 알고보니 한창 이빨이 자라는 K가 인터넷 랜선을 물어뜯고 있었습니다" 바쁜 직원들이 놀아줄 틈이 없자 심심한 K가 끙끙거리며 사무실을 기웃거린 일도 있다. 그때는 몸집이 작은 때여서 사무실 한 켠에 놓아둔 상자를 K의 몸위에 거꾸로 덮어두었다. "업무에 방해가 안 되도록 잠이나 자라는 뜻이었는데 이 녀석이 상자를 덮고 유령처럼 움직여 다니는 겁니다.이를 본 직원들이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면서 K가 전 직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됐지요" 이날의 영상은 동영상으로 저장해 놓았다. 이 대표는 "K를 키우는 것이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강아지때문에 분위기가 좋아진다"는게 그 이유다. 회식자리에선 K가 늘 화제의 주인공이고 신입채용 항목중엔 강아지를 좋아하느냐는 질문도 포함된다. 또 그는 "사이버 쇼핑은 자칫 신용과 인간적 교감이 부족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 고객들은 쇼핑을 하면서 K의 육아일기에 녹아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회사에 대해 신뢰와 친밀감을 갖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승민 대표가 운영하는 천삼백케이닷컴은 독특한 디자인소품들을 취급한다. 지난해 설립돼 문구류에서 인형 핸드폰액세서리 비상충전기 커플용품 등 일반 상점에서 보기 힘든 희귀한 디자인의 물건들을 국내외에서 조달해 판매한다. 홍대앞 무명 작가들의 작품을 상품으로 기획.개발하기도 하고 수제품이 많은 점도 특징이다. 이 대표는 "차별화된 인테리어 및 생활소품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층이 주 고객"이라며 "그래서인지 아기자기한 진돗개의 육아일기가 신선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5억원을 달성한 매출액을 올해는 50억원으로 잡고있다. 이 대표는 "이젠 제법 몸집이 큰 K를 위해 마당이 있는 넓은 사무실로 이사를 가는게 소원"이라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