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병주고 약주는 카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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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냉·온탕식 정책이 카드산업 전반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 아닙니까.
작년에 무더기로 규제책을 내놓더니 올해엔 구제책입니다.
이번 구제책은 규제책의 오류를 정부가 자인한 꼴입니다."
정부가 17일 대규모 적자로 경영난에 빠진 신용카드사를 구하기 위해 '3·17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서둘러 발표하자 신용카드사의 한 임원은 "지금의 카드사 위기는 오락가락한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이라며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뒤늦게나마 구제책이 나온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한치 앞을 못보는 정책 입안자의 단견은 정말 큰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같은 반응을 보인 카드사 임원은 비단 한사람만이 아니었다.
냉탕과 온탕을 급속히 오가는 설익은 정책기조가 카드사들을 멍들게 했다는 목소리들이었다. 경영난을 덜어주는 여러 방안들(각종 수수료 인상,현금서비스 비율 축소 연기,신용공여기간 단축)이 포함돼 다행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은 일부에 불과했다.
사실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은 여론과 분위기에 지나치게 편승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를 개발해 끌고나가기 보다는 땜질식 처방에 의존했다는 지적이 많다.
신용카드 전문가들은 2000년 1월 도입한 카드영수증 복권제를 대표적인 예로 보고 있다.
카드사용의 저변을 넓히는 효과는 있었지만 지나치게 카드사용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우려대로 카드사용액이 폭증하자 정부는 규제위주로 정책을 바꿨다.
지난해 4월 매출액중 현금서비스 비율을 50% 이하로 내리겠다고 발표했고 6월에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은행수준으로 높였다.
7월에는 현금서비스 미사용 잔액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도록 했다.
당시 카드업체들은 이런 규제로 인해 카드산업 전체가 연착륙하지 못하고 추락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업계의 예상대로 7개 카드사들은 지난 1월 일제히 적자경영으로 돌아섰다.
이번 구제책은 분명 카드업계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나왔다.
하지만 또다른 규제책을 불러오는 구제책이 아니길 바란다.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