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만에 상승반전한 14일 증시는 매우 큰 변동성을 보였다. 한 때 16포인트 이상 급등했던 종합주가지수는 한 때 보합권까지 밀렸다가 결국 5.87포인트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오전에 7% 이상 올랐던 SK는 8% 하락으로 끝났고 9% 넘게 상승했던 LG카드는 하한가 무렵에서 가까스로 하락세가 멈추는 등 개별 종목별로 보여준 변동성은 더욱 컸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높은 변동성은 불안한 투자심리의 반영하는 것이며 아직 바닥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좋아진 게 없다 내림세를 보인 지표금리와 환율,외평채가산금리 등은 표면상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태가 몰고온 금융시장의 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줄을 이었고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하지만 잠재된 불안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날 카드주의 폭락이 시사하듯 카드채 등 회사채 시장의 신용위험이 SK글로벌 사태 이후 또 하나의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KTB자산운용의 장 사장은 "전일 미국시장의 급등도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며 "자사주 매입에 의해 삼성전자 주가가 버텨주고 있는 것을 빼고는 상황이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한국시장의 가장 큰 디스카운트 요인인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며 "수급측면에서 가장 큰 주체인 외국인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의미있는 반등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우드는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이제는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해야 할 시점이 아니냐는 e메일을 많이 받았지만 여전히 한국시장에 대한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과 가계신용에 대한 악재가 개선되는 증거가 없고 신정부의 재벌개혁이 SK에 대한 수사로 끝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중론이 여전히 주류 이날 프로그램순매수가 2백60억원어치에 달했지만 기관투자가는 1천2백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했다. 한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전일 장막판 10포인트 이상 올랐고 14일 오전에도 크게 오르는 것을 보고 이후 주식을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SK글로벌의 회계파문이 가라앉는다 해도 북한 핵문제의 해결조짐과 정보기술(IT) 경기의 회복 사인이 보이지 않는 한 연속적인 지수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이사와 KTB 장 사장은 "조만간 전저점인 514를 다시 테스트하는 과정이 전개될 것"이며 "언제든 추가 하락 위험에 대비하는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