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한다. 어떤 조직이건 누구를 어떤 자리에 쓰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가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뛰어난 지도자가 되려면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공자는 지(智)가 무엇이냐는 제자의 물음에 '사람을 아는 일'이라고 했다. 중국의 작가 렁청진(冷成金)이 위나라 사람 유소의 '인물지(人物志)'를 바탕으로 쓴 '변경(辨經)'(김태성 옮김,더난출판,2만5천원)은 역대 제왕들이 인재를 감별하고 활용했던 안목과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제갈량 유방 조조 강희대제 주원장 등 80여명의 이야기가 6백60여쪽의 두툼한 책에 담겼다. 진(晉) 무제 사마염의 이야기를 보자.사마염이 자신을 한대(漢代)에서 가장 무도하고 무능했던 후한의 환제나 영제에 비견한 대신 유의에게 까닭을 물었다. 유의는 "환제와 영제는 관직을 팔아 관고(官庫)를 채운 일이 있으나 폐하께서는 관직을 팔아 사고(私庫)를 채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사마염은 이렇게 말했다. "환제와 영제에게는 이처럼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는 이가 없었는데 짐에게는 그대가 있으니 환제나 영제보다 못하지는 않은 것 같소." 너무 솔직해 무례하기까지 한 간언을 사마염은 지혜롭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변경'에는 인내로 천하를 얻고 자애로 다스린 이세민,천하를 얻기 위해 인재를 먼저 구한 유방,재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유비,재능을 알아보고 벼슬을 양보한 포숙아,치밀한 준비로 중국 유일의 여황제가 된 측천무후 등 다양한 지도자들이 보여준 인재 식별의 안목과 용인(用人)의 지략이 담겨 있다. 이들의 사례에서 인재의 특성과 장·단점을 바로보고 옥석을 가리는 법,재능에 따른 인사배치와 활용법 등을 읽어내는 저자의 식견이 탁월하다. 각 장마다 그가 제시하는 인재 활용의 지혜는 수시로 곱씹을 만하다. '인재만이 인재를 알아본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인재를 배치하라.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게 하라.능력에 따라 일의 분배도 달라져야 한다. 재능과 능력이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라.인재를 쓸 때에는 그 사람의 그릇 크기를 살펴야 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