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팀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그가 SK 수사를 맡은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외압'을 가한 정부 고위 당국자로 밝혀지면서 직접적인 성토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하게 전개되자 이 위원장이 11일 오후 모처럼 기자들 앞에 나섰다. '외압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2일 담당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분식회계 규모와 내용을 물었다"며 "이어 4일에는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함께 김각영 전 검찰총장을 만나 시장과 금융회사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사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의 '해명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서울지방검찰청. 수사 검사들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수사 소회(所懷)'를 함께 밝혔다. 검사들은 A4 용지 한장으로 정리된 발표문에서 "수사 배경을 두고 여러 억측이 많지만 추호도 다른 의도는 없으며 사법 처리의 범위와 수위도 원칙과 소신에 따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이번 수사결과가 미칠 영향도 고려했지만, 이번 수사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명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금융시장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금감위원장과 SK 수사를 진행한 검찰이 모두 이번 수사 발표가 경제에 미칠 파장을 똑같이 걱정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차이점이 있다면 금감위원장은 당장의 '시장 충격'에 보다 신경을 썼다면,검찰은 '기업투명성 확보'에 더 무게를 뒀다는 데 있다. 검찰이 SK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날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SK글로벌의 해외 채권단쪽에서는 이 회사에 대한 여신한도를 축소하고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입지가 좁아진 이 위원장이 검찰에 "충격에 대비할 시간을 달라"고 말한 것을 일방적인 '압력'으로만 몰아붙일 것인지,금융시장 감독을 책임진 노(老)장관의 '경제 걱정'으로 이해해 줄 여지는 없는 것인지 여운이 남는다. 김수언 경제부 정책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