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가총액 370조엔 날아가 .. 주가 8000엔선 붕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본 증시가 패닉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11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8천엔선을 끝내 하향 돌파하며 7천9백엔선까지 무너지자 도쿄증권가는 암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날 종가는 7천8백62.43엔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1989년 12월29일(3만8천9백15.87엔)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3백70조엔이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일본 증시의 대폭락은 경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버블기에 생겨난 건설 유통 등 대형 회사들의 부실과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은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곪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2001년 4월 '일본경제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도 2년이 지나도록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취약한 경제 기반 위에 이라크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나서 매수세가 완전 실종된 것이다.
게다가 전날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가 동반 하락,일본 증시 폭락세를 부채질했다.
일본 기업의 결산기가 3월말로 몰려 있어 증시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 기업 및 금융회사들도 매도세에 가담,낙폭을 키웠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일본은행은 주가를 떠받치기 위한 비상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정부는 우선 금융회사들간 자금 결제에 이용되는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잔액을 현재 상한선인 20조엔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 도쿄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는 악성루머에 대한 단속 활동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주가폭락 사태가 은행불신과 자금 대이동 등 전체 금융시스템 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 추가 투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이라크사태란 외적 변수로 인해 조만간 7천엔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바닥은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