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과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10일 '대북 비밀송금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박 대행은 이날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한 유 수석에게 "노무현 정부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며 어려운 때일수록 발목 잡기는 없다"며 "그러나 만약 대통령이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국은 수렁에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부권 행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행은 "한나라당은 특검제에 대해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의 입지는 좁아지고 정국은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수석은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원칙적으로) 부정적"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민주당이 특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일부 학자들이 특검제가 실시되면 남북대화의 채널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해 대통령이 최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남북간의 신뢰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조건부 특검이라는 절충안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유 수석은 "(우리도 특검을) 하자는 겁니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후 "그러나 특검을 실시하면 남북채널이 끊길 우려가 크다"고 강조,두 사람의 대화는 원점에서 맴돌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