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1:52
수정2006.04.03 11:54
"전후 이라크 시장을 노리는 `또하나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 개전이 임박한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인들은 이번 전쟁후 예상되는 엄청난 규모의 이라크 특수를 선점하기 위해 쉴새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김유정 KOTRA 쿠웨이트 무역관장과 현대건설 권오식, 대림산업 원석호 쿠웨이트지사장, 조성환 SK건설 중동지사장은 9일 쿠웨이트시티 시내에서 좌담을 갖고 이라크 전쟁 이후 일어날 중동특수를 따내기 위해 국내업체들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한국 건설업체들이 석유화학, 발전, 송배전, 담수화, 항만공사 등을 중심으로 전후 이라크 시장에서 상당한 과실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의기술력과 그동안 중동에서 독보적으로 축적해온 시공경험을 결합시켜 엔지니어링 분야 등을 집중 공략할 경우 `제2의 중동특수'를 기대해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후 이라크에 공급될 자동차와 가전제품, 기타 소비재 등의 분야도 한국업체들에 경쟁력이 있어 진출 전망이 밝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석호 지사장은 "일례로 이라크의 전후 복구에서 농업은 꽤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중동에서는 제대로 농기계를 공급할만한 나라가 없다. 한국의 우수한 농기계를이 곳에 가져다 파는 구상을 해보라"고 제시했다.
지사장들은 이어 이라크 특수 전망이 12년전 이라크 침공의 아픔을 맛봤던 접경국 쿠웨이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진단했다.
"쿠웨이트에서는 오히려 전쟁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다. 중동의 상업.금융중심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떠났던 비즈니스맨들이 최근 쿠웨이트로 되돌아왔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이라크 남부 바스라항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쿠웨이트시티 최대 상업항만인 슈웨이크항에서는 지금 외주로 보수.확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전후 물자 공급센터로서 그만큼 챙길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사람들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라크의 보복 미사일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갖고 있지만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고 나면 이라크 시장을 배후로 두바이에 빼앗겼던 중동의 교역중심 지위를 되찾겠다는 야심이 대단하다고 지사장들은 전했다.
이라크 특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추정되는 규모는 없지만 전쟁으로 파괴될 이라크내 석유시설을 복구하는데만 향후 10년 간 매년 50억달러 이상의 공사물량이 투입돼도 부족할 정도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라크 특수는 전쟁을 주도할 미국이 가장 먼저, 또 독점적으로 누릴것임이 확실하다. 후세인이 유전에 불을 지를 경우 진화업체로 딕 체니 미 부통령이한때 몸담았던 헬리버튼이 선정됐고 또다른 한 미국업체가 석유.가스부문 복구사업에 단독 입찰해 9억달러에 수주했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고 지사장들은 전했다.
그러나 미국 업체들은 프로젝트 기획.관리.컨설팅(PMC) 사업으로 단기 부가가치만 챙겨 떠나고 실제 현장공사(필드워크)는 제3국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일반적인 전망이다. 또 이라크는 영토의 규모로 볼때 북.중.남부 등 3개 권역으로나눠 복구사업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업체, 현지 중동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되리라는 관측이다.
권오식 지사장은 "전반적으로 가격경쟁력에서는 우리가 밀리는 게 사실이다. 도로나 공공 기반시설 공사, 철근 콘크리트를 제외한 일반 건설공사에서는 그렇다. 로컬업체들이 싼 인력을 쓰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업체들로선 기술력을 요하는 고층공사나 설비부문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사장들은 국내에서 한때 논의됐던 파병 논의에 대해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영국은 3만명이 넘는 병력을 파견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경제적으로 얻어낼 파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후 복구사업에서 정치와 경제는 따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파병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많은 공사를 따내고 이득을 챙기는 것은 아니다. 결국 문제는 경쟁력이다"
(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이기창.옥철 특파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