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깅승호 보령그룹 회장 (2) 5년만에 최대 소매약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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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기다리지 않습니다."
김승호 보령그룹 회장이 사업가의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항상 들려주는 말이다.
김 회장은 "종로거리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낡고 허름한 건물이 '보령약국'의 기회가 됐다"며 "기회는 쉽게 오지도 않을 뿐더러 일단 왔다가도 한눈을 팔면 놓치기 쉽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기회를 개척하고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보령약국 개업 직후 채용한 약사(정재화)와 단둘이 약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약사 출신도 아닌 그가 내세울 것은 젊은 패기와 성실함 뿐이었다.
도매상이 독점하다시피한 당시의 약국 업계에서 소매 약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해야 했다.
김 회장은 며칠간 밤새우면서 고민한 끝에 두가지 영업방침을 세운다.
소비자에게 적정 마진을 붙여 약을 싸게 파는 것과 약국을 찾은 손님이 헛걸음치는 일은 없게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약품의 가격체계는 매우 불안정했다.
소매약국들은 이를 이용,당장의 이익을 위해 공급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약을 파는 경우가 허다했다.
보령약국은 이같은 불합리한 관행을 깨고 마진을 조금만 붙여 싸게 팔기 시작했다.
김 회장이 약값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긴 것은 '구색 갖추기'였다.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약을 구비하고 손님을 맞았다.
혹시라도 손님이 찾는 약이 약국에 없다면 자전거를 타고 온 시내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약을 구해줬다.
또 어느 약국보다도 셔터문을 일찍 올리고 늦게 내렸다.
개업한 지 몇달이 지나면서 '보령약국은 언제 가도 원하는 약을 싸게 살 수 있는 약국'이라는 소문이 번져나갔다.
서울 변두리나 경기도에서도 손님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김 회장은 약국경영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꾸는 데 주력했다.
약품 구입시 어음결제에서 현금거래로 바꿔 약품을 보다 싼 값에 사들였다.
고객이 약국의 내부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오픈 진열대를 설치하고 체계적인 약품 관리를 위해 판매시 약품명과 수량을 전표에 기입하는 전표제를 실시했다.
이같은 영업방식은 당시 어느 약국도 시도한 적 없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보령약국은 개업 5년만인 지난 62년 국내 최대규모의 소매약국으로 성장했다.
'종로5가를 지나는 행인 다섯중 하나는 보령약국에 가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약국안은 항상 초만원이었다.
김 회장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의약품 제조업 진출'을 모색한다.
그러나 당시 정부에서 제조업 신규진출을 엄격히 규제해 허가받기가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은 우연히 부산에 있는 동영제약이 부실로 인해 새로운 경영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역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