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이라크사태와 프랑스의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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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독일·프랑스의 감정다툼이 최근 극에 달한 느낌이다.
사소한 말다툼에서 출발한 부부싸움이 마침내 이혼에까지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번 다툼의 주역인 미국과 독일·프랑스의 국민들은 감정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되짚을 때가 됐다.
프랑스는 이라크사태와 관련,원죄(原罪)를 갖고 있다.
1.파괴:이라크 공격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유럽국가들이 늘어나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0일 러시아와 '평화를 위한 동맹관계'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대다수 유럽 국가들에 러시아의 뿌리인 옛 소련이 지난 30여년 간 동유럽에 공산주의란 그늘을 드리웠음을 상기시켰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 공동체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분열시키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는 유럽 25개국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벨기에만이 두 나라 입장에 동조하고 있을 뿐이다.
오래된 유럽을 대표하는 두 나라는 미국을 교만하고 일방적인 국가라고 매도하지만 이 비난들은 그들에게도 적용된다.
2.도덕적 스캔들: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중국 시리아 등은 자신들이 '도덕적 축(moral axis)'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평화 진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 '반전 그룹' 역시 전쟁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얼마전 체첸의 수도인 그로즈니를 습격,10만∼30만명에 이르는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켰다.
대다수 서방 국가들은 외면했지만 인류 역사상 이보다 더 잔혹한 전쟁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평화 진영'은 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의 장쩌민 주석,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대통령,시리아의 바랴스 아사드 대통령 등 도살자(butcher)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인가.
3.민주주의에 대한 민중선동:서구인 중 80%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하고 있다.
이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프랑스는 그들 스스로의 의견이 마치 '전 지구적 의견'인양 행동하며 의견을 달리하는 국가들을 '전쟁의 노예'라고 폄훼하고 있다.
과거 스탈린이 사용했던 '선동 선전'수법,그 자체다.
4.방관적 태도:이라크 지도자가 악한이며 많은 이라크 국민들이 고문을 통해 살해 당한 것은 엄연한 진실이다.
이에 동의하면서도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 중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린 후세인 대통령의 종말론적 행위를 막아야만 한다.
가령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이 무장을 한 채 이라크가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를 지배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이 지구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따라서 이라크 사태는 한 지역의 독재자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위험과 관련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평화 진영'의 뻔한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라크는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개입해선 안되고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개입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상투적 표현에 속고 있는 것이다.
파리와 베를린은 현실에서 유리돼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 오류가 없다거나 우리가 미국에 백지위임을 해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정리=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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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프랑스 철학자인 앙드레 굴럭스만이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23일자에 기고한 'France's five cardinal sins over Iraq'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