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최초로 분양받은 사람 뿐만 아니라 이들로부터 매매나 증여 등을 통해 현재 소유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고등법원 아래의 하급심 판결은 소유권을 이전받은 소유주에게 하자보수 청구권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주택업계에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21일 김모씨 등 아파트 입주자 4백40명이 시공사인 D주택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소유권을 넘겨받은 사람들에 대해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축업자나 아파트 시공사에 하자담보 의무를 지운 집합건물법 제9조는 튼튼한 건물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부실한 건축물로부터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공사 등의 하자담보 책임을 분양계약에 의한 책임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거래관행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집합건물법 제9조에 의한 하자담보청구권은 집합건물을 분양받은 사람이 이를 양도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재의 소유주에게 이전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 등은 지난 92년 분양된 경남 창원의 D아파트에서 하자가 발생하자 수차례 보수를 요구했으나 시정되지 않자 97년 시공사인 D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1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원고들 중 소유권을 이전받은 사람이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함께 승계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일부 패소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를 대리한 이기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건물의 최종소유자가 공동주택관리령이 정한 기한의 범위내에서 하자보수청구권을 갖는다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의 결과"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던 주택업계의 관행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