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돌아오나" 19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이 모처럼만에 1천억원에 육박하는 9백85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9백76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조금씩 주식을 팔아왔던 외국인이 근 한달여만에 대규모 매수로 전환된 것이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찜찜한 구석이 있다. 주식을 사는 종목이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대해 "사자"에 나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에 집중된 외국인 매수=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7백79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이날 전체 시장에서 사들인 물량의 80%에 육박한다. 동원증권 김성인 수석연구원은 "전날 개당 3달러 아래로 추락했던 반도체 가격이 이날 소폭 반등함으로써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를 노린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에 대한 선취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10% 인원 감축을 발표한 마이크론 등 경쟁업체들의 위기설이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그 수혜를 볼 것이란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 전상필 수석연구원은 "과거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값 바닥보다 앞서 먼저 반등하는 패턴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외국계증권사인 골드만삭스의 권준 전무는 "이날 외국인 매수의 많은 부분은 그동안 공매도해 놨던 삼성전자에 대한 쇼트커버링(환매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반도체값 반등에 대한 선취매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추세적 매수 전환으로 보기는 힘들어=외국인이 이날 1천억원 가량 순매수했다고 해서 이들이 한국시장에 대해 본격 매수에 나섰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동원증권 김 수석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를 산 외국인은 작년 10월 삼성전자가 28만원대까지 하락했을때 들어와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고 빠져나간 홍콩계 위주의 단타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권 전무는 "내수소비 수출 유가 등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외국인은 국내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4월 이후에나 한국시장에 대한 매수 기회를 엿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전 수석연구원은 "현물시장과는 반대로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이날 6천계약 이상 순매도해 여전히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본격적인 매수세 전환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