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경제팀 인선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인선이 가까워지면서 후보군(群)에 대한 하마평(下馬評)도 무성하다. 누구는 어때서 안되고 누구는 어때서 유력하고….후보군은 이제 부처별 5배수로 압축됐다고 한다. 그런데 새 정부 장관 인선과정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맡기면 잘 해보겠습니다"라고 의욕을 보이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나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급)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상당수는 이런 저런 이유로 "나는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나보다 훌륭하는 분들이 많다"는 '겸양형'에서부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지역구를 챙겨야 한다"라는 '의리형'까지 이유도 다양하다고 한다. 새 정권 초기에 장관을 맡으면 성과도 적지 않고 일할 맛도 있을텐데 왜 사양할까. 그 해답은 관료들이 잘 설명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 이후 다시 내각을 짠다는 데 누가 15개월짜리 단명(短命)장관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저 같아도 안하지요." 실제로 "이번에는 좀 봐주십시오.총선후에 생각해 보지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한다. 차기 정부가 경제팀 인선에 전례 없는 '인물난'을 겪고 있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팀이 정치일정을 의식하게 되면 무리수가 뒤따르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공적자금 추가 조성은 필요없다"고 내뺐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단명 경제팀이 꾸려지면 당장 조흥은행 처리문제부터 정치논리로 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처럼 17년씩 재직하는 '경제대통령'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일 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정치일정에 상관없이 경제를 이끌어 나갈 경제팀을 꾸려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새 정부는 '인물난'도 해소하고 '경제안정속의 개혁'도 챙기려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경제팀을 꾸린다는 생각으로 인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