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랜과 이동통신을 결합한 일종의 유ㆍ무선 통합상품을 KT가 전격 출시하고 나서자 경쟁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유ㆍ무선 통합서비스가 결국엔 가야할 방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과연 공정한 경쟁조건에서 출발하는 것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KT가 이번에 출시한 상품은 무선랜이 깔린 특정지역에서는 휴대단말기(PDA) 등을 통해,그외 지역에서는 이동전화망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두가지 서비스를 통합한 것이다. 시내 유선망의 독점적 지위에다 이동통신 기반까지 활용할 수 있는 KT로서는 당연히 이런 통합서비스에 매력을 느낄 것임은 쉽게 짐작이 가는 일이다. 그러나 SK텔레콤 LG텔레콤 등 경쟁사들 입장에서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이들은 당장 KT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이 금지한 결합(번들)상품 판매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KT의 논리도 물론 만만치 않다. 이번 통합상품의 경우 어떤 가격할인도 없는 무선랜과 이동통신의 단순 공동판매에 불과하다면서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무선랜의 경우 KT의 시내 유선망뿐만 아니라 기업전용선 등 다른 망들도 활용하고 있어 시내망의 독점력 이용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유ㆍ무선 통합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가 문제일 것 같다. 무선랜과 이동전화망을 보완재 관계라고 한다면 현재는 어떨지 몰라도 가격할인은 사실상 시간문제라고 봐야 한다. 시장 창출을 위해서도 그렇고,사회적 효율성과 소비자 편익 등 통합서비스의 정당성 확보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렇다. 그러고 보면 핵심 쟁점은 역시 통합제품을 통해 한쪽 시장에서의 독점력이 다른쪽 시장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물론 경쟁사들은,KT가 시내망 독점력을 이용해 무선랜 요금을 내리면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이동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동전화시장까지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정부의 판단은 결국 통합상품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우리는 유ㆍ무선 통합이 불가피한 추세에서 독점적 지위가 문제가 된다면 해결책은 너무도 분명하다고 본다. 시내 전화망의 실질적 개방 등 공정한 경쟁조건 마련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