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50여일간의 활동을 총정리한 '인수위 보고서' 작성의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6백쪽 분량의 이 책자는 오는 20일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된뒤 21일 인수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확정된다. 새 정부가 5년간 추진할 정책의 밑그림이 될 이 보고서는 분과별 인수위원들의 감수하에 전문위원 등이 작성했다. 경제부문에서는 10대 국정과제로 선정한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실천정책으로 재정.조세.금융개혁 방안이 제시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보고서의 골격은 이미 잡혔으나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한 표현 문제로 지난주 중반부터 다듬고 또 다듬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업 개혁, 자발적 참여 압박 선거과정에서 밝힌 공약과 노 당선자가 전경련 등 일부 재계 행사에서 행한 발언을 비교할 때 다소간의 괴리가 있는 부분이 대기업정책이다. 선거과정에서 '재벌개혁'이 강조됐으나 국정과제에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앞세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사회적 불균형에 대한 시정'을 강조한 것을 감안하면 인수위 보고서에는 기업개혁 정책을 조기 실행에 옮기거나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과세, 출자총액 규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 계열사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공개하고 시민단체가 지배구조감시에 적극 나서는 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정부가 다각도로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세제개혁, 기업 개혁 방편 금융부문에선 제2금융권 금융회사에 대한 산업자본(재벌)의 경영권 장악과 간섭을 차단하는 정책이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계열분리를 정부(공정위나 금감위)가 직접 청구하는 방식보다는 보험 증권 투신 카드 등 제2금융권 대주주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 실질적으로 연결고리를 끊는 방안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세제개혁은 '기업은 세부담 경감, 대주주.자산가.고소득자에는 중과세'로 가닥이 잡혔다. ◆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전략 '성장과 분배.복지를 함께 추구한다'는 노 당선자의 경제철학에 따라 '파이'를 지속적으로 키울 가장 큰 전략이 바로 동북아 프로젝트. 인수위는 그동안 경제2분과를 중심으로 이 구상의 실현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했다. 새 정부의 최대 추진과제로 보고서에 담게 된다. 화교자본 유치방안, 영종도.송도 특구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 프로젝트를 위해 △남북한 경제교류협력 확대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 금융.에너지.철도 협력체제 구축 방안이 포함된다. 그러나 동북아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 우선 유치냐, 해외자본 우선이냐'로 논란이 빚어진데다 정부내에서조차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과연 보고서 방향대로 조기에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 재정개혁과 지방경제 활성화대책 조세개혁이 기업정책과 맞물리듯 재정개혁은 정부의 효율화와 지방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된다. 성과주의 예산제로의 이행과 함께 중앙정부가 국세를 거둬 교부금 형태로 지자체별로 나누어 주는 현행 국세.지방세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는 단기적으로 시행하되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등 노동정책에 변화를 주는 내용이 포함된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