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진산중학교에서는 ] 충남 금산군 진산면 대둔산 기슭. 읍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30분 넘게 달려 인삼밭으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농촌 마을에 도착했다. 낡은 단층짜리 건물들만 즐비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라고는 노인들뿐이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진산중학교의 아담한 베이지색 단층짜리 교사(校舍)로 들어섰다. 게시판 앞에서 여학생 다섯명이 뭔가를 읽으며 토론을 벌이고 있다. 놀랍게도 이들이 읽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신문 증권면 기사.대화 내용도 예사롭지 않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국제 정세가 불안하니까 당분간 국내 증시는 침체를 보일 게 확실해."(박미리.3학년)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하반기쯤에는 주가가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김진희.3학년) 전교생 81명, 교사 7명에 불과한 조그마한 농촌학교. 하지만 경제교육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이들의 경제 감각은 오히려 도시 학생들의 수준을 능가한다. 이 학교가 경제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 지난해 여름 한국경제신문과 한국투자신탁증권이 공동개최한 '제1회 청소년 경제체험대회'에서 학생 다섯명이 지도교사(윤석은 교사)와 팀을 이뤄 중학교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청소년 경제체험대회는 경제논문 및 투자전략 보고서, 일일 경제활동 일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일종의 경제 올림피아드다. 유준호 교장은 "전국 75개 중.고등학교가 출전한 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했다니 믿기질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수상 소식은 금산은 물론 충남 지역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도교육청에서는 농.어촌 학교 학생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쾌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지역신문과 방송에도 연일 대서특필됐다. 상품으로 받은 10대의 컴퓨터로는 '소집단 멀티(Multi) 학습실'이 꾸며져 토론식 경제수업이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대회에 참가했던 민지현양(3학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경제 문제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며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원이었던 양선희양(3학년)은 "대회 참가기간중 자료를 수집하고 한국경제신문을 꼼꼼히 읽다 보니 날마다 경제 지식이 쌓이는 걸 느낄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신문을 펼치면 연예나 스포츠면보다는 증권면을 먼저 살펴보게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학생들은 특히 모의주식투자 게임대회를 위해 증권사를 방문, 증권 용어를 배우고 상장기업 분석 책자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기업분석을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전에 연락도 없이 상장기업의 공장을 방문했다가 카메라를 빼앗길 뻔한 사건도 있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이 때 작성한 '일일 경제활동 일지'는 이제 훌륭한 교육 보조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일지는 환율 변동에 따라 수출주와 내수주의 명암이 엇갈린다 새벽 인력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한다 기업은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브랜드 관리에도 나서야 한다 등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나옴직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한달간 공을 들여 쉽게 풀어낸 '주식 관련 용어집'은 초보자들을 위한 주식투자 가이드로서도 손색이 없다. 학생들은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부터는 미래 설계도 보다 구체적으로 짤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감명숙양(3학년)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가며 사회가 원하는 직업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교장은 "농촌 학교라 문화적으로나 여러가지 점에서 소외돼 있는게 사실"이라며 "농사일에 바쁜 부모를 대신해 학교가 현실감 있는 경제 교육을 하는 일이 너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산(충남)=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