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5244@hanmail.net 안경을 쓴 지 몇 달이 되었다. 안경을 쓰게 되고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세수를 하거나 조리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벗었다 썼다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시로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불편한 것은 안경이 없으면 30분이 채 되지 않아 눈이 시리다는 것이다. 시린 눈을 비비다 서둘러 안경을 찾아 쓰고 안심할 때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보조기구에 의지해야 할까 하는 구차한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안경을 쓰게 된 이후 아침이면 혹시 어디 잘못된 곳은 없나 하고 내 몸 여기저기를 더듬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 내 시력은 오랫동안 양쪽 2.0이었고,최근 몇 년은 1.2였다. 재봉틀의 바늘귀를 환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신문이나 사전,모니터의 구석구석에 박힌 글자들을 남김없이 핥아 읽을 수 있었다. 해서 몸의 여기저기가 다 망가져도 시력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방자를 떨면서 함부로 눈을 써먹은 탓에 이제는 안경을 쓰고도 사방으로 흩어지는 사물의 윤곽과 흐릿한 중심에 초점이 모아지지 않는다. 내가 보아온 세상의 많은 부분이 시야에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는 것 같다. 이 불편함을 언제까지 견뎌야 할 지 모르지만 아무튼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안경을 쓰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깨끗하게 잘 보일 때는 모든 것이 명료했으나 그 명료함으로 인해 너무 확신에 차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이것과 저것,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또렷이 인지할 때 나는 분명히 점이지대의 삼투와 뒤섞임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요즘같이 복잡한 세상은 안경 너머로 보는 것이 오히려 나을 듯도 하다. 맨눈으로 직접 부딪치기 보다는 안경이라는 매개물을 거쳐 적당한 거리를 가지게 되면 이미지들의 무차별한 공격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그건 안경을 쓰지 않고는 도무지 못 보아줄 풍경이 너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보는 안경이 있다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하나쯤 구입해서 쓰고 싶을 정도로 눈 돌리고 싶은 일이 많은 요즘 세상에서,그래도 나는 날마다 안경을 닦아 쓰고 도대체 무엇을 보려는 것일까. 그런데도 안경 덕분에 안도하고 있으니 참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