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두 달만에 1천2백10원대에 육박하면서 물가불안을 가중시키는 등 경제운용에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춰 환율 오름세에 기름을 부었다. 북한핵 사태에다 이달중 무역수지마저 적자 반전이 우려돼 환율이 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권교체의 과도기에다 지정학적인 리스크까지 겹쳐 외환시장에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이달 들어 39원 급등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연중 최저치(1천1백70원10전)를 기록하며 1천1백70원대에서 저공비행을 해왔다. 반면 엔.달러 환율은 1백21엔선까지 오르내려 원화와 엔화 교환 비율이 9.7 대 1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 7일부터 상승폭이 확대돼온 가운데 11일 '무디스 악재'까지 겹쳐 최근 사흘간 32원(이달 들어 39원)이나 급등한 것이다. ◆ 왜 뜀박질하나 우선 이라크측의 유엔 사찰단 수용발표에다 독일 등 유럽 경기둔화 우려로 달러화가 초강세로 돌아선게 주요인이다. 이로 인해 전날 엔.달러 환율은 1엔 가량 급등하며 1백21엔대에 진입, 이미 원화환율의 동반 상승이 예고됐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도 지난달 2억8천만달러 순유입에서 이달 들어 2억달러 가량 빠져나갔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선 환위험 회피를 위한 달러 수요가 커졌다. 원유가격 상승으로 이달 무역수지는 10억∼15억달러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여기에다 무디스의 신용전망 하향 소식은 이날 환율을 10원 가량 더 밀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 당분간 조정 불가피 전문가들은 새 정부 인선·정책 등이 확정되고 북핵문제가 더 악화되지 않아야 외환시장이 안정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지선이던 1천2백원선이 무너져 당분간 1천2백∼1천2백30원 사이에서 조정 국면을 점치고 있다. 강명훈 한화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의 엔 약세가 원화환율에 뒤늦게 반영되고 있는 데다 원유수입 비용 증가로 환율 조정 국면이 오래갈 수도 있지만 계속 폭등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문기 한은 외환시장팀장도 "시장 충격으로 단기적인 추가 조정이 예상되지만 향후 환율 향배는 북핵문제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달려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