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왕국' 미국에서 온라인 게임의 바람은 언제 불 것인가.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이면서 세계 최대의 게임 공급 기지이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쪽에서는 이용자가 1백만명에도 못미칠 정도로 '후진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게임 시장 규모는 1백3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시장 조사회사인 NPD펀월드는 최근 발표했다. 게임기와 소프트웨어 관련 액서서리를 포함한 것이다. 93억달러(시장 조사회사인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 집계)인 영화 시장(극장 수입분)을 능가해 게임 시장은 2001년에 이어 2년 연속 영화 시장을 웃돌았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은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개발업체인 일렉트로닉스 아츠(EA)는 지난해 3분기(10~12월)중 12억3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8%나 늘어난 것이다. 순이익도 2억5천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89% 증가라는 호조를 보였다. 또 EA는 9백만개를 판매한 해리포터를 비롯해 '밀리언셀러'를 무려 11개나 배출했다. 특히 게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007 스파이더맨 등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 인기를 누리면서 미국 기업의 입지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의 소니와 닌텐도가 장악하고 있는 게임기 시장에서도 후발 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선전하고 있다. 2001년 이 시장에 뛰어든 MS는 닌텐도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만 보면 MS는 5백40만대를 팔아 닌텐도(3백70만대 추정)을 앞질렀다. 그러나 미국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는 '온라인'이 뜨지 않는 것이 업계의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EA가 야심적으로 추진한 '심스 온라인'이 대표적인 사례. 3백만카피 이상 팔린 히트작 '심스'의 온라인 버전인 이 게임은 미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초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EA는 지난해 12월말 현재 '심스 온라인' 유료 고객이 8만2천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제품(가격 49.99달러)은 10만5천대가 팔렸지만 약 20% 정도가 유료 서비스(월 9.99달러)를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EA는 최근 제품 가격을 39.99달러로 내리는 한편 3개월 무료 이용권과 음악 CD 등이 들어 있는 특별 패키지(심스 온라인 차터 에디션, 가격 74.95달러)를 내놓는 등 본격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EA측은 올해 안에 손익분기점인 유료 가입자 25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기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니는 온라인 게임 이용에 필요한 네트워크어댑터를 40만대 가량 팔았으며 MS는 온라인 게임팩을 25만대 정도 판매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온라인 게임 시장을 밝게 보고 있다. 게임 산업의 메이저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강력하게 추진하는데다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 기반이 갖춰지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이다. 게임 이용자들이 하루 평균 2.5시간 동안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MS의 발표도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사실의 하나이다. 미국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오는 2005년 1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