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의 10일 회동을 계기로 향후 새 정부와 재계가 '상생의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노 당선자를 예방한 손 회장은 이날 '대승적 차원에서 재계가 적극 협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으며 차기 정부의 10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에 기업과 전경련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동북아 프로젝트'에 전경련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손 회장은 특히 "오는 2007년까지 국민소득이 배가되고 선진권 진입도 가능해지도록 재계도 스스로 변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또 "본의 아니게 전경련이 인수위와 갈등을 빚는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데 송구스럽다"며 그동안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와 인수위 사이에 빚어졌던 '불편한 관계'에 대해 정식으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아울러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기업이 잘 되기 위해 '갈등과 대립의 앙금'을 씻고 새로운 '상생의 협력관계'를 통해 선진국가를 건설하는데 기업이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도 "오래 전 저에 대한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놓고 개별적으로 발언한 것을 전경련 전체의 생각으로 보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그는 "그런 인식이 있더라도 풀고 걱정 없도록 하겠다"며 "전경련을 잘 운영해서 국가경제나 여러 분야에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는 '덕담'도 덧붙였다. 손 회장과 노 당선자의 이번 회동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관심을 끈다. 우선 지난 7일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에 손 회장이 노 당선자측에 면담을 요청했고 노 당선자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단히' 빠른 시간 안에 '만남'이 이뤄진 것부터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이나 출자총액 제한제도 유지,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 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 등 새 정부의 기업개혁 방안들을 놓고 재계는 '시기상조'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급기야 이달 초에는 노 당선자가 "주요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날 손 회장이나 노 당선자 모두가 새 정부의 기업개혁 주요과제인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등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는 화제로 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정책 운용방식에 있어서도 노 당선자는 재계와의 '대화' 방침을 밝혀 향후의 '정.재계 협력관계'에 한층 무게를 실어줬다. 손 회장도 노 당선자와의 회동 결과에 대해 "새 정부가 국가발전 비전을 제시함에 따라 재계가 할 일이 많아지게 돼 기분이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노 당선자가 포부가 큰 것 같다"며 "새 정부가 제시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조만간 정·재계가 함께 참여하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위원회'를 구성, 경제시스템 효율화를 위한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