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를 구제할 목적으로 지난해말 도입된 개인워크아웃의 수혜자가 시행 3개월동안 2백명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0일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지난달말까지 개인워크아웃 상담을 받은 사람은 총 1만5천1백31명에 달했다.


그러나 개인워크아웃 적용이 확정된 신용불량자는 1백94명에 그쳤다.


신용불량자들이 이 제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제 혜택을 받기는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든 셈이다.


특히 신용불량자가 2백70만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개인워크아웃제도로 신용불량자 양산문제에 대처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3개월간 적용자는 1백94명뿐


시행이후 3개월간 개인워크아웃 적용이 확정된 사람은 단 1백94명이다.


이중 97명은 개인워크아웃이 개시된 상태이며 나머지 97명은 금융기관들의 동의절차를 밟고 있다.


이중 1백87명(96.4%)은 기본적인 이자율조정에다 이자감면을 받는데 그쳤으며 원금감면까지 받은 경우는 단 7명(3.6%)에 불과했다.


신용불량자 분포는 30대가 41.8%, 20대가 27.8%였다.


또 봉급생활자가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빚은 3천만∼5천만원이 46.9%, 1천만∼3천만원이 45.4%로 나타났다.



◆ 상담 및 신청자는 급증


지난달까지의 신청자 1천3백80명중 63.4%(8백75명)가 1월 한달간 신청한 신용불량자다.


신청자중 부적격 판정을 받아 신청이 반려된 경우는 모두 1백42건으로 수입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가 43%(61건)이었으며 협약외 채무가 20%를 초과한 경우도 27.5%(39건)나 됐다.


전화 방문 인터넷 등을 통한 상담자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개인워크아웃 상담을 받은 사람은 1만3천1백90명이었으나 지난달엔 1만5천1백31명으로 모두 1천9백41명(14.7%) 늘어났다.



◆ 까다로운 절차가 발목잡아


개인워크아웃 수혜자가 이처럼 적은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신청자격 및 절차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다수인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일정한 직업이 있어야 한다거나 매달 꼬박꼬박 수백만원씩 갚으라고 요구하는 규정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또 신청단계부터 실제 개시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개월 이상 걸리는 시간 및 절차도 개인워크아웃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 동의절차를 두 번씩 구해야 하는 과정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상담을 받으려는 신용불량자가 폭주하고 있지만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상담인력이 절대 부족해 원만한 상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용불량자인 김모씨(45)는 "며칠 전부터 상담을 받으려고 전화를 걸었지만 한 번도 연결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담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인터넷에 공개민원을 제기해도 '형식적인' 답변을 받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리고 있다.


이는 위원회 직원이 현재 90여명으로 쏟아지는 상담요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이 1백명을 넘어선 안된다는 협약규정 때문에 더이상 인원을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협약에 직원이 1백명을 넘어선 안된다고 못박은 점도 문제지만 직원을 채용해도 금융권 연봉의 절반수준에 불과해 오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방에는 상담창구가 한 곳도 없어 지방에 거주하는 신용불량자들의 경우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기가 더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 상환기간 연장 등 보완대책 나올 듯


개인워크아웃 수혜자수가 이처럼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자 신용회복지원위원회는 부채 상환기간 연장 등 보완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위원회는 현재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들이 동의할 경우 곧바로 협약을 개정, 상환기간을 현행 5년 이내에서 7∼8년으로 연장할 것을 검토중이다.


또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아직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들의 가입을 독촉하고 있다.


신보 기보 등이 추가로 가입할 경우 전체 신용불량자중 약 10%가 개인워크아웃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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