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새 패러다임을 찾자] (上) '뜨거운 감자' 비정규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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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노사화합이 전제돼야 한다는데 정부와 재계 노동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이슈들로 인해 국내 산업현장은 술렁이고 있다.
노동시장 자체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도 그중의 하나다.
새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복지혜택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를 도입하려는 입장이다.
보험모집인(생활설계사)이나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조합 설립 허용문제도 현안중의 하나다.
고용허가제는 물론 청년실업 고령자.여성 대책도 등한시할 수 없는 이슈들이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맞춰 고용정책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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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가 민감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10대 국정개혁 과제의 하나로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제시하면서 산업현장에서의 관심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3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비중이 전체 근로자의 50%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비정규직의 규모와 실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2001년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서 '비정규 근로의 차별금지'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노사문제의 쟁점으로 부각됐으며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근로 특별위원회'가 신설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수년간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각계의 관심이 이어졌지만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기초통계에 대한 인식부터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정.재계와 노동계가 해묵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규모가 전체의 56.6%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재계는 27.8%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동계 추정치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임시.일용직 비중(52.2%)에 상용직의 일부를 더한 것"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91%가 임시.일용직으로 분류되고 있어 임시.일용직과 비정규직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통계청의 공식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선진국 분류기준에 따라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국내 비정규직 규모(27.8%)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토대로 한시적 근로자, 주당 소정 근로시간이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 파견 용역 호출 형태의 근로자 가운데 중복자를 제외한 수치다.
이같은 논란으로 인해 비정규직 근로자는 국제 비교가 가능한 시간제 근로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싸고는 정부(노동부)마저 인수위측과 '미묘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인수위가 비정규직의 차별철폐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의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는데 반해 노동부는 지난달초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수위로부터 '개혁 마인드가 없다'는 질책을 받아야 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22일에도 '합법적인 비정규직 사용은 노동시장에 맡기되 부당하거나 탈법적인 사용을 강력히 단속한다'는 내용으로 비정규직 보호대책을 인수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정규직에 비해 너무 낮은 상태여서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실태에 대해 지난 7일 토론회를 통해 "제조업 금속부문의 경우 사내 하청 노동자의 월급은 1백46만원으로 정규직 2백60만원의 56%선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노동계는 또 기간을 정하는 유기근로계약에 대해 계약기간을 최장 1년으로 하고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하되 2년 초과 고용시에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노동계의 방안에 대해 노동시장 경직화를 초래해 전반적인 고용기피 현상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00년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고용보호가 비정규직 증가를 초래했다"며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고용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지난달 18일 TV토론을 통해 "정리해고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의 정규직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불가피할 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혀 향후 정책방향이 더욱 주목된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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