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남의 나라 언론보도까지 신경쓸 일은 아니지만 외신들의 보도경향이 해외투자자들에게는 유력한 판단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해보지 않을 수 없다. 외환위기 직전에도 외신들의 부정적 보도가 봇물을 이루면서 외자유출이 러시현상을 보였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그들의 지적과 경고는 경청할 가치가 있다. 최근 비즈니스위크,블룸버그,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와 신정부 정책방향들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히 엊그제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에서 (외환위기 직전과 같은)자아도취 현상이 되풀이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 통신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신 정부가 외국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은행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달성하며 신용카드 부채해결 등 과제를 성공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 역시 비슷한 논지를 폈다. 이 잡지는 3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노무현 당선자가 북핵 문제를 극복한 다음엔 북한이 아닌 남한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민영화,노동시장 개혁'등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경고의 목소리들은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요약하자면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선이 점차 싸늘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해외언론이 아니더라도 새정부 당국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매우 안이하다는 지적은 국내에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부가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춘 것 자체가 블룸버그가 지적한 자아도취 현상의 하나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기업정책이나 노동정책,더구나 방치상태인 경기대책에 이르면 인수위 등 새정부측은 일종의 인식불능,혹은 무신경 상태에 빠져있다는 비난을 받을 만도 한 상황이다. 유가가 급등하고, 경상수지 흑자기반이 흔들리며, 성장률마저 떨어진다면 지금 새정부가 내세우는 허다한 복지와 분배 약속들이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앨런 그린스펀은 "파티가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 자신(당국)의 임무"라고 말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선 과연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당국자가 있는지…. 저마다 설익은 개혁실험에만 열을 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부 외신들이 지적하는 자아도취가 정말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