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0:40
수정2006.04.03 10:41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호주제가 폐지될 경우 그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개인별 신분등기제'는 개개인에게 새로운 신분등록부를 편제하는 방식이다.
현행 민법상 호주제는 관념적 가족단체인 '가'(家)를 상정, 호주(戶主)와 호주승계 순위를 규정함으로써 부계혈통주의를 강조, 남아선호와 성차별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별 신분등기제에서는 '호주'의 개념이 사라지고 개개인이 신분등록부의 대표자로 기능, '양성평등과 개인존엄'이라는 헌법정신과 가족개념 다양화의 동시 충족이 가능해진다.
신분등록부에는 개인의 출생과 혼인 등 신분변동 사항이 기재되는 것이 원칙이며 호적의 공시기능이 살려지도록 배우자와 자녀의 주민등록번호 등 간단한 신원이 병기된다.
병기되는 배우자와 자녀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지 않도록 이들의 혼인관계 등 신분변동의 열람은 추가적인 단계별 검색을 요하게 한다. 등본교부도 폐지, 증명을 필요로 하는 사항만 기재한 증명서를 발급한다.
정현수(동국대 법학박사)씨는 '호적제도의 개선방안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이 제도의 장점으로 △신분변동에 따른 복잡한 이적절차의 불필요 △친자동적(親子同籍)과 관련한 호적택일 문제의 해소 등을 꼽았다.
아울러 "부계혈통 중심의 호적제도에서 나타나는 가족일체관이나 '가(家)의식'을 불식시키고 개인의 존중이라는 헌법이념을 가족생활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단점으로는 "너무 현격하고 급격한 변화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면이 많다는 우려감"을 지적하면서 △막대한 예산 소요 △호적의 양적인 방대화 △공시기능 저하 등을 들었다.
여성부가 호주제의 대안으로 구상해온 '가족부'(家族簿)는 부부와 미혼자녀의 신원과 신분변동 기록을 한 호적에 담는 방식으로 지금의 호주제보다는 선진적이라는 평가이나 여성단체들은 "호주제 하에서 신분노출로 고통받고 있는 이혼가족 자녀의 문제 등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호적 문제를 연구해온 서울고법 조대현 부장판사(민사 15부)는 "'가'(家)는 관념적인 개념에 불과한 것인데다 현대사회의 가족관계 변화에 비춰 호적에서 부모와 자녀를 한데 묶는 것이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막대한 재정소요 문제에 대해 "'1인1적'이 재정소요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나 1인1적의 전제조건인 호적 전산화가 이뤄져 있는 만큼 전환의 준비는 갖춰져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