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시장에서 빅3(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무이자 할인판매와 일본산 자동차의 진격에 밀려 고전했던 현대·기아자동차가 올 들어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할부판매 금리를 인하하고 '딜러 캐시(현지 딜러들에 대한 가격할인)' 수준을 탄력적으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9일 올해 미국시장 수출목표를 지난해의 59만8천대보다 17.1% 늘어난 70만대(현대 45만대,기아 25만대)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미국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빅3가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의욕적 목표를 잡은 것은 대표적 수출 텃밭인 배기량 3천cc 미만의 미국 소형차 시장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국시장 상황=현대·기아차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지난 여름만 해도 4%에 육박했다. 하지만 빅3가 최고 15%의 가격할인 효과를 갖는 무이자할부 판매를 전개하면서 10월부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해 12월에는 2.8%까지 추락했다. 이달 역시 소폭 나아지긴 했지만 3%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주력 차종인 EF쏘나타 아반떼XD는 말리부(GM) 포커스(포드) 닷지네온(크라이슬러) 등과,싼타페 쏘렌토는 VUE(GM) 이스케이프(포드) 등과의 가격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또 혼다가 소형차 CRV를 앞세워 다양한 가격할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고 올해는 닛산이 소형 픽업트럭까지 출시할 예정이어서 현대·기아차는 미국-일본업체에 완벽하게 포위된 상태다. 여기에다 GM대우차는 연간 10만대를 판다는 목표 아래 올 하반기부터 시보레 스즈키 등의 브랜드로 북미지역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스즈키의 경우 현지 파워트레인(자동차 구동축)에 대한 무상수리 보증기간을 7년-10만마일로 채택하고 있어 상당히 위협적인 상대가 될 전망이다. ◆정면 돌파 선언=현대·기아차는 빅3의 가격할인 공세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정면 대응 방침을 정했다. 지난 몇 년간 공을 들여 닦아놓은 시장에서 밀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우선 4% 안팎의 할부판매 금리를 1∼2%포인트 인하해 일본업체들의 금리와 비슷하게 맞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딜러 캐시 제도도 손질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현재 캘리포니아 지역의 경우 차종별로 월 15∼30대 이상 파는 딜러들에게 대당 3백달러의 차값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딜러 캐시를 시행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기준 대수를 내리고 가격인하폭은 더 넓게 해줄 방침이다. 리스 고객들에 대한 가격할인과 고가차량을 사는 소비자들에 대해 옵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도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함께 딜러들의 판매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