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하지 않고 오늘이 생(生)의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면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일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양쪽 다리를 잃은 50세의 중증 장애인이 30여년 간직한 법학 공부의 꿈을 이뤘다. 화제의 주인공은 29일 발표한 서울대 200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을 통해 법대에 합격한 손위용씨(50). 어릴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들으며 법대나 상대에 진학하겠다는 희망을 키운 손씨는 울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 69년 부산고에 입학했다. 손씨는 어머니 혼자 꾸리는 어려운 가정 형편상 학교 근처에 숙소를 잡지 못하고 울산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왕복 5시간이 넘는 길을 다니면서 단 한 번 결석하지 않았고 성적도 최상위권을 유지했던 손씨의 운명이 바뀐 것은 고교 2학년 때. 비가 내리는 7월의 어느 날 아침 손씨는 움직이는 기차의 난간을 잡고 올라 타려다 빗물에 미끄러져 기차에 치였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1년간의 휴학 끝에 자퇴서를 낸 손씨는 그 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생계를 위해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손씨의 과외수업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어 한때 1백여명의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과로로 건강이 나빠져 그만둬야 했다. 이후 금은방을 차렸으나 부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손씨는 장애인용 오토바이에 넣을 기름을 살 수 없을 정도로 곤궁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과외를 시작해 한푼두푼 돈을 모았다. 세 딸을 모두 대학에 보내며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자 손씨는 딸들로부터 '더 늦기 전에 대학 입학의 꿈을 이루라'는 적극적인 권유를 받았다. 손씨는 지난 2001년부터 수능시험 준비에 들어갔고 과외를 하면서 틈틈이 공부한 실력으로 지난해 수능에서 3백31점을 받아 중증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서울대 입학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빨리 계단을 오르기 위해 25년 동안 써온 낡은 의족을 최근 바꿨다는 손씨는 "기억력이 나빠져 사법시험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보호하고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우선 과외를 계속해 학비를 벌어야 할 것 같다"며 기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