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노사정위 구조조정을..安國臣 <중앙대 교수.경제학>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지 5년이 지났다.
만 5년이 되는 날인 지난 1월 5일 노사정위 발전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다.
노사정위는 DJ의 제안에 따라 DJ정부가 출범하기 전 발족해 초기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위기극복과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경제적 성과를 충분히 거두었다는 후한 평가를 IMF로부터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되는 가운데 노사정위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민주노총이 탈퇴하고,주요 이슈에 대해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함으로써 사회적 합의기구는 물론 협의기구로서의 취지도 무색하게 됐다.
토론회에서는 노동경제와 노사관계의 전문가들이 노사정위에 애정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합의기구를 지향하면서,중단기적으로 대통령 자문기구의 위상에 걸맞게 운영의 내실을 기할 여러 개선사항들을 논의했다.
노사간 대화와 타협의 장(場)으로서,그리고 사회통합을 촉진시키는 기제로서 노사정위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 전혀 이의가 없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전문가들이 때로는 당위론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전문가나 국외자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노사정위에 관해 비판적인 토론을 해보기로 한다.
첫째,노사정위는 법적 근거 없는 정치적 합의기구로 출발했는데 이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생아이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DJ의 정향에 알맞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값비싼 모양새로서 후유증이 너무 컸다.
"우리는 살신성인으로 고용조정에 합의해주었는데 재계와 정부는 상응하는 희생을 하지 않았다." 노동계가 이렇게 반발하고 나중에 '합의'를 번복하는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노사정위가 대통령 자문기구로 법제화된 후 예전 합의기구의 위세를 그리면서 노동계가 성에 차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가 발족한 때는 국가부도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새 정부가 "위기극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용조정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시대적 명제"라고 호소하며 밀고 나갈 수 있었고,그래야 했다.
합의하거나 호소할 필요가 없이 긴급경제명령을 내려 시행해도 온 국민이 흔연히 따르게 돼 있었다.
고용조정이 두고 두고 노동투쟁의 메뉴가 되고,노사관계 국가경쟁력이 국제적으로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은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데에 크게 기인한다.
둘째,굳이 사회적 합의도출 시스템을 만든다면 제대로 만들어야 했다.
노사정 3자가 사회를 대표한다는 관념 자체가 비현대적이다.
오늘날은 노와 사로 구분할 수 없는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노를 대표한다는 노조는 전체 근로자의 12% 밖에 대표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 사회를 제대로 대표할 수 있도록 노사정위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셋째,법적으로 대통령 자문기구이면서 출범 당시의 사회적 합의체의 이념형에 집착하는 분열증적 성격이 고쳐져야 한다. 이 글 서두에 있는 노사정위의 주요기능을 노동계 입맛에 맞게 수행하면 '집단주의적 시장개입기구'가 된다.
재계 입맛에 맞게 수행하면 '신자유주의의 들러리'가 된다.
서로 주고받기로 하면 원칙이 실종된다.
명실상부하게 대통령 자문기구와 사회적 협의체로 거듭나야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난다.
토론회에서 나온대로 노사 쌍방의 비토권을 없애고,논의시한제와 공익위원들의 결정권을 도입하며,정부는 참관인 자격으로만 참가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위에서 밝힌 두가지 방향의 구조조정은 노사정위를 YS정부하의 노사관계개혁위원회와 같은 성격으로 만든다.
처음에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DJ가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멋과 의욕을 부려 노사정위를 따로 만든 것이 잘못이었다.
사회적 합의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섣불리 제도를 고치는 것은 개악이 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사정위를 강화하겠다고 잘못 공약한 노무현정부는 이런 역사의 교훈을 겸허하게 배워야 한다.
ksahn@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