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브라이언(9)의 집이 부산해졌다. 세수를 마치고 부랴부랴 아침식사를 하는 네 식구. 하지만 평소 아침 풍경과는 영 딴판이다. 아침식사를 마치자 아빠가 설거지를 시작했다. 정작 출근 준비에 바쁜 사람은 엄마와 브라이언이었기 때문이다. 아빠의 배웅을 뒤로 하고 엄마 샐리와 브라이언이 집을 나섰다. 아빠는 아직 크리스마스 휴가중. 하지만 샐리와 브라이언에게는 일주일간 진행될 사업을 개시하는 날이다. "집집을 돌며 포스터와 쿠폰북을 판매하는 사업이에요. 브라이언과 같은 반 친구 5명이 저와 함께 물건을 팔게 됩니다. 오늘부터는 이 녀석과 사업 파트너죠." 샐리가 팔로 브라이언의 목을 휘감으며 웃는다. 판매 활동은 웨스트뷰 초등학교의 PSP(학부모-학교 파트너십)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은 학생들과 함께 각종 포스터와 할인 쿠폰북을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학생들이 사용한 학용품과 책도 판매 품목이다. 수익은 학교 운영자금으로 사용되고 일부는 자선단체에 기증된다. "판매대상을 선정하고, 가격을 설정하고,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판단을 돕는게 '동업자 학부모'들의 의무입니다. 현장 경제교사인 셈이죠." 샐리와 다른 학부모들은 이 활동을 앞두고 학교에 모여 두 차례에 걸쳐 수업을 들었다. 샐리와 함께 PSP에 참여한 학부모는 모두 70여명. 전체 학부모의 20%가 넘는다. 미국 학부모들이 경제교육에 동참하는 열기는 생각보다 훨씬 뜨겁다. 대표적인 것이 자녀의 경제교육을 위해 경제교육기관의 자원봉사자로 등록하는 학부모도 크게 늘고 있다는 것. 주니어 어치브먼트(JA) 데카(DECA) 등 경제교육기관의 자원봉사 지원자는 교단에 서려면 일정 기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마치면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고를 수 있는데 이는 자원봉사자가 원할 경우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배치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JA에 따르면 해당 학교의 학부모 경제교사는 8천5백여명에 이른다. 전체 경제교사의 10%선이다. 데카 등 다른 경제교육 기관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물론 경제교육은 학부모나 경제교육 단체의 몫만은 아니다. 학교 교사들도 경제교육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교사들은 경제교육 기관에서 파견된 경제교사들과 함께 수업을 이끌어 간다. 경제교사에게 교실에서의 주의사항과 학생들의 흥미사항 등을 미리 일러주고 수업시간엔 학생 입장에서 같이 토론한다. 데카의 팀 커피 이사는 "담임교사들은 어드바이저(데카의 경제교사)와 교육을 함께 진행하고 모니터 요원으로도 활동한다"며 "매년 뉴 챕터 아카데미, 어드바이저 아카데미 등의 컨퍼런스를 열어 현직교사들과 교과과목의 개선방안 및 효과적인 수업진행 방법 등에 대해 토론한다"고 말했다. 경제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다른 과목 수업시간에 도입하는 일도 현직 교사들의 몫. 콜로라도 스프링스 존 F 케네디 초등학교 1학년 교사인 에일린 베스. 그는 모든 수업시간에 경제교육을 한다. JA에서 파견된 경제교사가 '제품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대한 수업을 마치고 나면 베스는 영어시간에 이와 관련된 글짓기 과제를 내준다. "신문이나 잡지 광고에 실린 제품을 보고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오는지를 묘사하도록 합니다. 미술시간에는 우유 장난감 등을 갖다 놓고 목장과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습을 그려보도록 하지요. 다른 과목과 연계해 교육효과를 높이는 겁니다." 팀 커피 데카 이사는 "경제교육은 나라의 부를 키우는 일이라는 사고를 공유해야 한다"며 "학부모가 교사에게 맡기거나 교사가 외부 교유기관에 일임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경제교육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