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特需 분주한 포천 신궁전통한과 공장] 주문밀려 휴일에도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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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26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양문리 신궁전통한과공장.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달콤한 한과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대지 2천평,건평 6백평 규모의 자그마한 이 공장은 설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하얀 가운을 입은 80여명의 여직원들은 휴일특근에도 마냥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과가 명절선물로 자리를 잡으면서 설을 앞두고 한과공장들이 바빠졌다.
전국에 산재한 한과공장은 2백여개.
특히 한과협회 회장이 경영하는 이곳 양문리 한과공장은 그야말로 눈코뜰새가 없다.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 회사 김규흔 사장(49)은 "2교대로 밤낮없이 공장을 돌리고 휴일에도 평소와 똑같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궁전통한과는 지난 2000년 아셈회의 때 공식 다과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회사는 유통기한 연장 기술을 포함,특허를 3개나 획득한 벤처기업이다.
일찌감치 자동화에 눈을 돌려 공정 자동화율이 현재 80%에 달한다.
이 덕에 설을 앞두고 공장을 풀가동,하루 10만개의 한과를 생산하고 있다.
제1공장 안.
고소한 식용유 냄새가 코 끝으로 스며든다.
기역(ㄱ)자로 설치된 약과 생산라인 앞에 서자 뜨거운 열기가 후끈 몰려든다.
꽃모양으로 성형된 약과 반죽이 줄지어 기름 속으로 들어가더니 서서히 떠오른다.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약과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조청물로 들어간다.
진갈색 약과가 한 개씩 포장돼 쏟아져 나온다.
바로 옆에서는 유과 생산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손톱만한 크기의 유과 재료가 기름가마에 들어가자 거짓말처럼 수십 배 크기로 부풀어오른다.
"온도를 적당히 조절하는 게 노하웁니다.자그마한 기름가마에서 미리 불려 크기를 같게 하는 것도 기술이죠."
김 사장의 설명이다.
부드럽고 몽실몽실한 유과가 만들어지기까지는 20일 이상 걸린다.
찹쌀을 열흘 동안 발효시킨 뒤 이를 빻아 다시 열흘 동안 숙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찹쌀 깨 검은깨 등 재료는 1백% 우리 농산물을 쓴다.
첨가물도 사과즙 배즙 꿀 등 천연식품이며 고운 색은 치자 천년초 등에서 나온다고 한다.
포장실에서는 종합세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주머니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한과를 담고 있다.
대나무 자개 등으로 만든 다양한 용기에 크기와 색깔이 같은 한과가 차곡차곡 채워진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한과는 유과 강정 약과 다식 등 30가지가 넘는다.
선물세트도 1만원짜리 한과에서 50만원짜리 종합세트까지 23종이나 된다.
키토산유과 녹차유과 인삼유과와 같은 기능성 유과도 개발돼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과도 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김 사장은 "작년에는 10만원대 이상의 고가품이 많이 나갔는데 올해는 7,8만원대가 주종을 이룬다"며 "매출도 지난해 설보다 5∼1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곳은 유명세 덕에 그럭저럭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통신판매 매출이 60∼70%나 줄었다고 했다.
"한과시장은 90년대 초부터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유망산업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시장 규모도 연간 2천억원대(2001년 농림부 집계)로 10년 전의 10배 이상으로 커졌죠.하지만 업계에선 현재를 '한계상황'으로 규정하고 돌파구를 모색할 만큼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 사장은 한과업계가 힘을 합쳐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영세업체들이 너무 많이 생겨난 터에 중국산 덤핑까지 겹쳐 진퇴양난이라는 것.
김 사장은 특히 "젊은이들이 한과 수요층에서 거의 제외돼 있는 상황이 문제"라며 "세련된 맛과 멋스러운 포장,적절한 마케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