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견본시장인 아트페어가 내년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정례적으로 열린다. 김순규 예술의전당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부터 여름과 겨울 등 비수기를 제외하고 매달 아트페어를 개최키로 했다"며 "이를 위한 세부계획을 현재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술의전당이 구상중인 아트페어 개최 방안은 연말 연초와 여름 바캉스기간을 제외하고 연간 8회 정도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매달 초부터 시작해 2주 정도 아트페어를 개최하고 아트페어가 끝나는 마지막 날에는 경매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직장인들의 관람을 유도하기 위해 아트페어가 열리는 기간 중 폐관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개별 아트페어 주최측에 대관료를 면제해주는 대신 미술품 판매대금을 일정비율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예술의전당은 또 40억원을 들여 오는 3월부터 7월까지 한가람미술관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실시해 전시공간의 품격을 높일 예정이다. 예술의전당이 아트페어를 정례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가람미술관이 기획전 위주로 운영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가람미술관은 예술의전당에서 주최하는 몇 건의 기획전을 제외하면 대관 위주의 전시공간으로 운영돼왔다. 지난해만 해도 화랑미술제 판화미술제 MANIF CAF 미술축전 전국전업작가전시회 등 아트페어 형식의 대규모 전시가 5회나 열렸다. 올해는 대규모 공예전이 아트페어 형식으로 치러지는 등 아트페어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가람미술관에서 아트페어가 이처럼 산발적으로 열릴 바에야 아예 '한가람미술관에 가면 항상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아트페어가 열린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정례화하겠다는 게 예술의전당측 의도다. 미술계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위치나 대관료 측면을 고려할 때 한가람미술관이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데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가람미술관 대관료는 오는 5월 국제아트페어가 열리는 코엑스 전시장과 비교할 때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자로 나설 경우 기획 홍보 등의 업무를 맡아 행사가 훨씬 전문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트페어 정례화가 성공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박성택 예술의전당 전시팀장은 "대관료를 면제해주는 대신 미술품 판매대금을 예술의전당과 아트페어 주최측이 일정 비율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작가나 화랑이 고객과 뒷거래를 하는 행위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MANIF 주최측인 김영석 갤러리아미 대표는 "화랑미술제나 판화미술제에 참가하는 개별 화랑들에 대해 뒷거래를 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