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기업 중국본부의 인사담당 L부장.그는 중국 업무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인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그는 최근 정보기술(IT)분야 부장급 인사 한 명을 채용했다. 업계 경력 15년 정도인 그의 연봉은 약 2억원.여기에 자동차 주택 자녀교육비 등을 추가로 제공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대기업 간부급 임금과 별 차이 없는 수준이다. L부장은 "그 정도 몸값으로도 쓸만한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조금 괜찮다 싶으면 터무니없이 높은 몸값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게 바로 '인재 전쟁'이다. 외국기업의 중국 진출 붐이 일면서 각 업계에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 역시 고급인재 확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인재들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의 외국 투자기업 임원급 평균 연봉은 65만위안(약 9천7백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AT 커니). L부장의 더 큰 고민은 애써 키운 인재를 다른 외국기업에 빼앗긴다는데 있다. 그는 "대학 졸업후 채용해 3∼5년 잘 키우면 미국 유럽 등의 기업들이 채간다"며 "뽑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직장 옮기는 것을 능력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어 이직률이 높다. 일부 얌체 중국인들은 직장을 옮기면서 회사 기밀을 빼가기도 한다. 인재전쟁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다. 중국 고급인재들은 돈보다는 외국근무,교육기회,스톡옵션,명확한 '커리어 패스(경력에 따른 승진 기회)' 등에 더 관심이 많다. 다국적기업들은 체계화된 글로벌 인사정책으로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재를 빼앗기는 이유는 결국 인사 시스템에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을 잘 아는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는 중국 비즈니스 성패를 가르는 첫번째 요소다. 중국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현지 인재를 확보하고,지킬 수 있는 인사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