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0:08
수정2006.04.03 10:10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주한 외국기업인들과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북한 핵문제와 반미정서,새 정부 노사정책 등에 대해 당선자가 직접 철학과 비전을 밝히는 자리였기 때문에 외국기업인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고 한다.
무디스 등 일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최근의 국내 사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고 국내적으로는 인수위와 재계가 적지않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노 당선자의 이날 발언은 국내 기업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노 당선자가 경제분야 개혁을 '점진적으로 자율적으로 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거듭 언급한 것은 개혁의 급진성을 우려하던 재계의 불안을 어느 정도는 안심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해도 좋겠다.
그동안 인수위 주변에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외 기업인들이 적지않은 당혹감을 안게 된 지금까지의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당선자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유독 강조한 점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개혁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재계 역시 이를 환영할 것이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인들 역시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국제기준이라는 것이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아야 할 것이고 기업에 대해서나 노동문제에 대해서나 동일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거나 준조세를 과감하게 폐지하겠다는 당선자의 약속 또한 기업인들이 듣고자 했던 그런 말들이라고 하겠다.
문제는 이런 당선자의 철학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이냐는 점이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철학 내지 이념과 구체적인 정책은 언제나 적지않은 간격을 갖고 있기도 하는 만큼 당선자와 인수위는 이점을 특히 유념해주기 바란다.
국내 기업인들과도 조속한 시일내에 이같은 자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