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을 인수키로 한 하나로통신이 돌연 인수결정을 철회했다.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을 손쉽게 번복하는 하나로통신에 대해 시장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지난해 12월30일 두루넷 대주주인 삼보계열 8개사와 두루넷 인수계약을 맺은 뒤 정밀실사를 벌였으나 시너지효과에 비해 자금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제키로 하고 16일 삼보측에 이를 통보했다. 하나로통신은 "두루넷 실사 결과 초고속인터넷 부문의 경쟁력 향상에 비해 단기적인 자금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보컴퓨터는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이 중간 조정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한 것은 기본적인 상거래 원칙을 저버린 것으로 상당히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두루넷도 "하나로통신은 계약 체결 당시 두루넷의 모든 재무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사 결과 인수할 메리트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계약 해제는 갑작스레 일어났을 뿐 아니라 두루넷 인수대금의 일부인 8백60억원의 전환사채(CB)를 삼보측에 지급한 뒤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와 관련,업계에서는 AIG 등 외국계 투자사들이 하나로통신에 투자하는 대가로 하나로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요구했으나 하나로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고집,협상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로는 최대 13억5천만달러의 외자유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두루넷 인수를 추진했으나 외자유치가 물 건너가면 두루넷도 굳이 인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두루넷 관계자도 "실사 결과 몰랐던 두루넷의 부실이 발견됐다면 주식 교환비율을 다시 조정하면 될 일"이라며 "갑자기 계약 해제를 선언한 것은 외자유치와 관련된 내부사정 때문이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