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시몬' .. 현실? 가상?...헷갈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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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이 현실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기계의 가상현실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대성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해석자중의 한 사람인 장 보드리야르의 직관은 탁월하다.
현대사회는 인터넷,가상현실,멀티미디어 등을 통한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으로 무대와 객석,주체와 객체,오리지날과 그 복제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각자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알 파치노가 주연한 "시몬"은 가상이미지의 홍수속에서 혼돈을 겪고 있는 인간세상을 통렬하게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유전자혁명으로 운명을 미리 알아버린 미래인들의 불행을 그린 "가타카"에 이은 앤드류 니콜 감독의 문명비판서다.
이 영화는 삼류 영화감독 타란스키(알 파치노)가 만든 사이버여배우 "시몬"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현대성의 문제점을 들춰낸다.
시몬은 잉그리드 버그먼의 우아함과 오드리 햅번의 청순함,마를린 먼로의 관능이 어우러진 완벽한 사이버캐릭터다.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지만 디지털세상에선 가능한 존재다.
이처럼 가상(현실)은 현실보다 이상적인 공간이며,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세상임을 보여준다.
시몬은 오로지 타란스키 감독을 통해서만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타란스키 감독은 시몬으로 인해서만 빛을 발한다.
이 때문에 타란스키는 그녀를 창조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시몬이 타란스키 감독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시몬과 타란스키의 불가분의 관계는 가상이미지가 없다면 더이상 살아갈 수 없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풍자한 것이다.
이야기의 절정은 시몬이 사이버배우임을 타란스키가 고백했을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쓴"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달콤한" 거짓만을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에 대한 은유이다.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비극적일 수 밖에 없다.
보드리야르의 말은 이어진다.
"가상성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지만,동시에 교묘하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
17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