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는 우리 사회의 영파워로 등장한 '2030'이 주류로 일찌감치 터전을 잡은 분야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20대 직원과 30대 최고경영자(CEO)가 호흡을 맞추는 구조로 돼 있다. 본연의 경영보다는 재테크에 열중한 일부 빗나간 CEO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CEO들은 2030의 젊은 혈기와 고정관념을 깨는 도전의식을 통해 한국을 IT 강국 대열에 올려놓는데 기여했다. 올해도 2030의 문화적.정서적 코드를 기업문화에 체화한 이들 CEO의 맹활약이 예상된다. ◆ 개방적 경영과 리더십 NHN의 이해진 사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야후코리아 이승일 사장 등은 올해 닷컴업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IT 리더들이다. 특히 67년생 양띠로 동갑내기인 이해진, 김택진 사장은 '분권형 경영시스템'으로 벤처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이사가 전권을 휘두르는 일반기업과 달리 팀장급에 예산 인력선발 사업계획 등의 의사결정권을 일임하고 있다. 이런 분권형 경영시스템은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 임직원이 하나의 목표로 돌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NHN은 지난해 국내 닷컴기업중 최초로 순이익 2백억원 시대를 열었다. 공격경영을 화두로 삼은 올해는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80% 가량 증가한 1천3백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엔씨소프트 역시 국내 1위 게임업체의 위상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전정신'을 올해의 경영 키워드로 내세운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 외에 '샤이닝로어' '리니지2' 등으로 게임 종류를 다양화하고 중국 일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야후코리아 이승일 사장(42)도 열린 경영을 강조하는 CEO로 꼽힌다. 특히 이 사장은 중간관리자에 대한 권한 이양뿐 아니라 성별보다 능력 위주의 인사 채용으로 유명하다. 이 사장 취임 이후 여자직원이 꾸준히 늘어 현재 국내 닷컴기업중 여성인력 비율이 가장 높은 55% 수준에 달한다. ◆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 넷마블의 방준혁 사장, 하우리 권석철 사장, 넥스소프트 이상근 사장, 엔터테크 김주용 사장, 사이버뱅크 조영선 사장 등은 주위 사람들이 모두 '안된다'고 손사래를 칠 때 고정관념을 깨고 성공신화를 만들어가는 주인공들이다. 방준혁 사장(35)은 서울공대 KAIST 등 쟁쟁한 엔지니어 출신 CEO들이 장악하고 있는 게임시장에서 불과 2년여 만에 넷마블을 웹게임분야 1위로 올려놓았다. 지난해에는 무려 1백5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학벌보다 철저한 실력 위주의 인사를 원칙으로 하는 그의 철학 덕분이다. 방 사장은 직원 선발시 이력서의 학력 기재란을 보지 않는다. 하우리의 권석철 사장(33)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인하공전 재학 시절부터 백신에 관심을 가졌던 권 사장은 창업 이후 안철수연구소의 명성에 막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외길을 고집한 그의 노력은 이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창업 당시 1억원에 불과했던 하우리의 매출은 올해 1백1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했다. 넥스소프트 이상근 사장(39)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성에 겁없이 도전장을 내민 2030 CEO다. MS의 '엑셀'이 독식하고 있는 표계산프로그램(스프레드시트) 시장에 지난해 말 '넥셀'을 앞세워 뛰어들었다. 숱한 국내외 업체들이 MS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을 교훈삼아 오히려 MS의 엑셀과 사용환경이나 기능이 흡사한 제품을 개발, MS를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70억원의 매출을 기대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엔터테크의 김주용 사장(33)은 전자상거래 솔루션 분야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2년간의 철저한 준비작업 끝에 해외시장에 진출,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말 일본 대형 유통업체인 SBS와 손잡은데 이어 하이호 등 10여개 업체와의 공동사업권도 따냈다. 덕분에 지난해 2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는 1백50억원으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싸이버뱅크의 조영선 사장(41)은 중소벤처기업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한국HP 등 기라성같은 IT 업체들을 제치고 국내 개인휴대단말기(PDA)시장 1위에 올라선 국내 모바일업계의 새로운 기수다. 벤처와 대기업을 전전하던 조 사장은 99년 싸이버뱅크를 설립하고 인내와 뚝심으로 기술 개발에 주력한 끝에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영태.김형호.장원락 기자 pyt@hankyung.com